21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 새롭게 발의된다. 노동조합의 파업 등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사측이 노조에 청구하는 손해배상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데서 유래했다. 당시 4만7천여명의 시민이 14억7천여만원을 모금한 ‘노란봉투 캠페인’을 본떠 노란봉투법이라 했다. 이 법은 2015년 처음 발의됐지만 7년이 지나도록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발의된 법안은 그대로 폐기됐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인한 약 8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한 손실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TF는 국회에 조선업 구조혁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선업과 관련한 구조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대화를 요구하며 50여일간 투쟁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조합 등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가 생긴다. 노조는 교섭 결렬로 쟁의행위를 벌이더라도 ‘불법’이 되지 않는다.
10년을 근속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에게, 그것도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 상생의 약속으로 삭감에 응했던 임금을 호황기를 맞은 지금 원상회복이라도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그 노동자들에게 8천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사측의 횡포다. 늦었지만 노조 상대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을 입법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노란봉투법이 이번엔 반드시 결실을 맺길 바란다. 헌법은 경영권이나 재산권 문제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더 중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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