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은 시골 하천은 대중목욕탕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밤이나 낮이나 물이 고여 있는 하천은 벌거벗은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소를 몰고 풀을 뜯기는 사람들도 흔히 보였다. 당산나무 밑 우산각은 논밭에서 일하다 지친 농부들이 더위를 피해 쉬면서 오수를 즐기는 풍경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목화밭 고랑을 따라 목화를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보였다. 여름은 농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동물들은 추운 겨울 월동을 위해, 사람들은 겨울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계절이었다. 이래저래 낭만이 적잖았다. 그런 계절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오염으로 얼룩진 하천은 악취와 일렁이는 오물 덩어리로 목욕은커녕 손발을 씻기에도 겁이 난다. 혹여 피부병이라도 옮길까 봐 하천 물가를 피해야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폭풍우 장마로 농토가 유실되고 가옥이나 도로가 침수돼 허둥댔다. 태풍이 몰아쳐 나무를 넘어뜨리고 낙과는 물론 비닐하우스를 날려 보냈다. 이같이 여름은 무더위, 폭염뿐만 아니라 폭우와 태풍, 가뭄까지도 번갈아 오고 가며 만물을 괴롭히는 계절로 변했다.
지구온난화는 더 많은 나날을 더 무덥고 더 강한 폭풍우, 더 많은 태풍을 몰고 오고 때로는 더 극심한 가뭄을 가져다주는 계절로 변하게 하고 있다.
여름이 사계 중 인간이 생활하기에 가장 만만치 않은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그런 계절로 치닫고 있다. 그렇게 변화하는 삶의 풍경이며 이상 기후를 막아야 한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