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주에 관심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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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지금은 안 쓰는 단어 중에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있다. 전년도 가을에 수확한 곡식이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음력 4~5월)까지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릿고개는 통일벼 품종이 나오기까지 계속됐다. 통일벼 보급으로 1976년에는 인구가 늘었음에도 쌀의 자급률이 82.5%에서 100.5%로 높아진다. 이후 쌀의 보급률은 지속적으로 100%를 넘어섰고 ‘보릿고개’라는 단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최근에는 쌀에 한해서는 식량 걱정이 없어졌다. 반면 소비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27일 발표된 ‘2021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이며, 이는 전년 57.7㎏ 대비 0.8㎏ 감소한 수준이다. 이러한 쌀 소비량은 37년 연속 감소해 30년 전의 116.3㎏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쌀 소비량 감소는 식습관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인구가 줄어들고 외식을 많이하는 문화가 확산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쌀 소비 감소의 해결을 위해 쌀 가공품 개발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공에 사용되는 쌀 소비량은 지난해 68만t으로 2020년 65만t 대비 4.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도시락류, 면류, 떡류, 식사용 조리식품의 수요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도시락류의 제조업은 편한 소비 형태를 찾는 소비자들로 인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쌀 가공품 소비 증가에도 1인당 쌀 소비량의 감소는 막지 못했다.

집에서 먹던 한끼 식사를 대신하던 밀가루 제품인 빵, 면 등을 다양한 쌀 가공품으로 대체했지만, 개인의 전체 탄수화물 소비량은 정해져 있기에 추가 쌀 소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쌀 소비가 가능한 가공품이 필요하다. 이러한 소비 제품 중에 기호식품을 예로 들 수 있다. 기호식품은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향기나 맛을 즐기고 좋아하는 식품을 이야기하며 술, 담배, 차(茶), 커피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추가적인 쌀 소비를 위해서 전통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거의 획일화되고 대량 생산되는 술보다 ‘나만의 취향’에 맞는 술로 다품종 소량 생산되는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회식, 모임 등의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홈술’을 즐기는 젊은 층이 늘면서 취하는 술이 아닌 즐기는 술로 전통주의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통주의 소비 증대는 당연히 쌀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전통주의 쌀 사용 예로 2017년 안동시의 조사가 있다. 안동지역 7개 양조 업체가 연간 소비하는 쌀의 양은 570톤가량으로 80㎏ 짜리로 7천 가마에 이른다고 한다. 이 소비량은 안동지역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쌀(1만 540톤)의 5.4%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이밖에 우리나라 소주시장의 10%를 쌀 증류식 소주가 차지하게 되면 매년 쌀 3만6천 톤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꼭, 증류식 소주일 필요도 없다. 전통주의 소비가 많아지면 막걸리든 약주이든 그 지역 쌀들의 소비는 증가하게 된다.

전통주는 국산 쌀과 국산 농산물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가공 제품이다. 전통주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전통주의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면 우리 농민들의 안정적인 쌀 소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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