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교회 장애인 부서에서 농아 등 장애인을 평생 보살피던 분이 지난 2015년 자신의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혈액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것, 헌신적인 봉사가 아닐 수 없다. 2015년 여름 유럽 여행 중 알게 된 분이 있다. 그분은 신장이 망가져서 기증받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는데 부인이 신장을 기증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2015년 캄보디아에서 KOICA 해외봉사단으로 근무할 당시 바탐방주 교사교육원에 강의하기 위해 출장 가는 길 곳곳에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이 달려와 내 일처럼 사건 현장을 지켜봐 주고 수습해 주는 모습을 봤다. 이 나라는 현재 개발도상국이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식량을 무상 공급해줄 정도로 부유한 나라였다.
캄보디아에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헤브론병원이 있는데 외국인들에게는 소정의 진료비를 받고 내국인에게는 무료로 진료한다. 내국인은 진료 받기 위해 진료 전날부터 숙식하면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현지인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지인 부부가 이 병원에서 장기간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가 2022년 봄 출국했다. 뎅기열, 말라리아 등 열대 풍토병과 불의의 사고로 어려운 일 당하지 않고 봉사를 잘 마치고 귀국하기를 소망한다.
정신적 힐링은 우리 가슴속에 맺힌 아픔의 응어리, 즉 한(恨)을 풀어주는 일이요, 마음의 상처 때문에 죽어가는 영혼을 생명이 되살아나도록 돕는 일이다. 한이란 가슴속에 억압돼 있는 아픔의 덩어리이자 마음 한가운데 오랫동안 쌓여온 분노의 앙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난과 함께 사는데 그것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한 부분이다. 마음속에 억압돼 있는 한은 큰 저수지의 물과 같다.
물이 수력발전기를 통해서 흘러나올 때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댐이 무너져 홍수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인류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의 응어리를 위대한 힘으로 분출했던 사람들이다.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위대한 힘도 되고 파괴적인 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민족은 한 많은 민족이다. 남북 간의 갈등, 이산가족의 이별의 아픔, 일본군에 위안부로 붙들려간 10대들의 아픔, 가족 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 사별의 아픔 등 수없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응어리를 가슴속에 간직하지 말고 치유해야 한다. 봉사를 통해 쉼을 얻고 서로 나누고 베풀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캄보디아인들 역시 한이 많은 민족이다. 민족 간의 전쟁으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한 많은 우리 민족이 캄보디아 국민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열사의 나라 캄보디아 전국 각지에서 봉사하고 있는 코이카 봉사단, 종교인들, 민간단체 봉사자들은 과거 우리 민족이 처했던 것과 같은 상처를 치유해 주는 가운데 기쁨을 얻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때 우리 모두 진정한 봉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현우 보건학 박사·前 KOICA 해외봉사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