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간직하고 계승시킬 원동력을 마련해주고 싶었는데, 이번 한국 방문이 좋은 자극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무용단 고려’의 예술감독인 한 마르가리타씨(62)는 한국을 찾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한씨는 8월12일 평택 서부문예회관에서 한국과 우즈베크 수교 3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달 29일 단원 등 29명과 방한했다.
단원들은 공연 전까지 전남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사물놀이, 설장고, 태평소, 가야금, 부채춤 등을 연수받는다. 그간 전통무용을 교육받고자 단원 몇 명이 입국한 적은 있었지만 공연을 위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궁중무용, 승무 등 전통 한국무용을 배웠다. 친조부모, 외조부모, 부모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시대적인 이유로 한국문화를 접하기 어려웠다. 학교에선 러시아어 외에 다른 민족의 언어와 문화는 가르치지 않았다. 1968년 소련에서 고려인예술단이 만들어졌지만 국가무용학교에선 아직 서양무용만 교육했다.
그는 “90년대 이전에도 북한에서 파견 나온 강사로부터 민속무용 등 한국무용을 교육받았으나 궁중무용, 종교무용, 교방무용 등 이념적으로 배제된 전통무용은 배울 수 없었다”며 “한국대사관 등의 도움으로 1996~1998년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연수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무용은 동적인 우즈베크·러시아 무용과 달리 정적이지만 마음속 깊이 있던 감정을 잘 표현한다고 이야기했다.
“장구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태평소 소리를 들었을 땐 슬퍼서 눈물이 나왔었다”면서 “우즈베크 사람들한테 우리가 지켜온 전통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그는 2000년 우즈베크 수도 타슈켄트에 고려를 창단했다. 우즈베크 국립필하모니 산하 고려인합창단·무용단 청춘이 토대가 됐다. 현재 고려는 설과 추석 등 명절 기념 공연을 비롯해 우즈베크 내 여러 행사에서 한국무용을 선보이며 한국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전승해나가고 있다. 지난달엔 예술로 국가 간 친선과 외교에 공헌했다는 공로로 우즈베크 정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는 “선조들의 고향인 한국에서 공연하고, 연수도 받을 수 있도록 초청해준 평택시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우즈베크에 고려인아트센터를 만들어 앞으로 한국과 문화·예술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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