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이상한 경기둔화

이슈&경제

image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연 환산 기준으로 0.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비록 이번 수치는 속보치로 이후 두 차례 수정될 수 있지만, 지난 1분기 -1.6% 성장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미경제연구소가 판단하는 경기 침체 기준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침체가 공식화 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는 침체국면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 경기가 역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취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고용회복을 수반한 경기침체’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때는 투자, 생산, 고용이 증가한다. 반면, 경기가 둔화 내지는 침체 될 때는 투자, 생산, 고용이 감소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경제는 경기에 대한 통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1990~2010년대까지 거의 30년 동안은 고용 없는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도 일자리 회복이 부진하면 소득 불평등이 사회문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주택구입 요건을 낮추고 안정된 물가를 바탕으로 저금리 정책(통화 팽창)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통화 팽창 정책은 종종 부동산 시장 버블로 이어졌다.

반면, 1960~1970년대에는 경제가 공식적인 침체 기간에 진입한 후에도 15개월 동안 취업자가 증가했고, 임금 상승률이 5% 이상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는 1960~1970년대와 닮은꼴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고용시장이 양호하기 때문에 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회복이 있는 경기침체’가 발생한 1960년대~1970년대에 미국 연준(Fed)은 침체 기간 중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완전히 꺾인 후에도 금리인상을 지속하고, 사우디의 석유정책이 증산으로 전환이 있었던 1980년대 초반에야 진정될 수 있었다.

미국이 국내총생산 기준으로는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양호하다. 인플레이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여전히 고공 행진을 지속 중이고, 당분간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반면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벌써 미국 채권 선물시장에서는 2023년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준은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긴축의 고삐를 크게 늦추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누그러지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 조건은 인플레이션이 크게 꺾이는 신호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이 1960~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정책을 유지한 결과,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가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될수록 정부 부채가 많거나 외화를 벌어들이는 능력이 취약한 국가들 중에서 위기에 빠지는 국가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은 그러한 위기를 겪으며 진짜 바닥을 통과할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