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된 생선 위 연신 얼음 붓지만...더위에 빨리 녹아 유지비용 부담 빵집도 원재료 상승 남는거 없어...“IMF때보다 더 안좋다” 한숨만
밥상물가 상승에 무더위까지…전통시장의 힘겨운 여름 나기
“재료값도 상승하고 운송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장사도 힘든데 날씨까지 푹푹 찌니 아주 죽겠습니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에 밥상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연일 30도를 웃도는 더위까지 더해져 도내 시장 상인들이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8일 오전 안양시 동안구 안양호계종합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A씨의 얼굴에는 30도가 웃도는 날씨를 보여주듯 땀방울이 몽글몽글 맺혀 있었다. 진열된 생선 위로 연신 얼음을 퍼붓고 있던 그는 “손님이 많이 오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30년째 수산업에 몸담고 있는데, 1998년 IMF때보다 요즘 경제 상황이 더 안좋다”며 혀를 찼다. 특히 수산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얼음을 유지하는 비용도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해 10㎏당 3천500원 했던 얼음 한 포대가 4천500원으로 올랐고 무더위로 얼음의 녹는 시기가 빨라 하루에 많게는 세 번까지 보충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밀가루와 식용유 값이 오른 빵집 상인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양에서 14년째 빵집을 운영 중인 60대 B씨는 더운 오븐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원재료가 올라 빵 값을 올리려 했으나 손님들이 눈에 밟혀 전체 빵 품목 중 2개에 한해 500원만 인상했다”고 푸념했다. B씨는 그나마 전기세라도 아껴보려 선풍기에만 의존한 채 빵을 구우며 허리띠를 졸라 매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40년째 야채 장사만 한 C씨도 크게 오른 밥상물가에 가게를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C씨는 “손님들이 지갑을 선뜻 열려고 하지 않는다”며 “가격을 먼저 묻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마침 야채 가게에 들린 한 60대 손님은 “열무김치 사려고 왔는데 가격이 올라 혼자 먹을 만큼만 산다”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 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6월 경기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9% 상승했고 농축수산물은 4.5%, 생활물가지수는 7.2% 상승했다. 식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는 물론 상인까지 모두 힘겨운 여름나기를 보내고 있다.
또 식재료를 운반하는 차량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유값도 리터(ℓ)당 1천433원(지난해 7월 말 기준)에서 올해 7월 ℓ당 2천원 선까지 오르며 상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가격 변화를 피부로 곧장 느낀다. 소비 심리가 줄어들면 경제 불씨도 줄어든다”라며 “소비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 상승을 자제하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무더위와 관련해선 이전엔 서늘한 안개를 가공하는 쿨링포그 시스템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라며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 마련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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