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구제 선행 담긴 비석...무성한 수풀 길도 사라져 ‘비지정문화재’ 보존 사각
평택 안중읍 비지정문화재 ‘이재의 시혜불망비’와 비각(碑閣) 등이 쓰러진 채 방치되고 있어 보존책이 시급하다.
이재의 선생은 사재를 털어 일제강점기 굶주림에 처한 안중읍 덕우리 마을 8곳 주민들을 구제했다.
21일 오전 9시10분께 찾은 평택시 안중읍 용성정미소 인근. 국도 옆 자갈이 깔린 비포장도로를 조금 걸어가자 무성한 수풀 사이로 기와지붕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키보다 높게 자란 풀과 덩굴 등에 덮여 비각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사라졌다. 수풀 사이로 드러난 기와지붕은 무너져 서까래가 드러나 비를 맞고 있었다. 단청은 빛 바래고 벗겨져 가고 있었다. 비각 옆으로는 정체모를 폐기물과 쓰레기가 무더기로 방치되고 있었다.
해당 비석과 비각 등은 이재의에게 도움을 받은 인근 마을 주민이 돈을 모아 그의 선행을 기리고자 1921년 세웠다. 비문은 당시 진위군 청북면장 김횡수가 썼다. 현 안중읍 덕우리 토착 지주였던 이재의는 1919년 가뭄으로 기아와 질병 등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속출하자 사재를 털어 마을 8곳 주민들을 구제했다.
비각은 건립시기가 일제강점기로 오래되지 않은 데다 1919~1921년 가뭄 당시 빈민을 구제한 평택지역 지주를 기린 송덕비가 많이 남아 있어 문화재 등으로 지정되지 않아 방치돼 왔다.
후손 측은 최근 비각 내력을 알고 보존을 위해 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는 비지정 문화재는 지원근거가 없어 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운 데다 지정문화재든 비지정문화재든 소유자 관리가 원칙인 만큼 토지주나 종중 등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세재 덕우1리 이장(74)은 “최근 방치됐던 비석과 비각 등의 내력을 알게 돼 지난해부터 제초 등 관리해오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지역에 이런 비석이 있다면 후세에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보수를 추진하려면 우선 비각 소유주나 토지주 확인 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향토문화재 신청 등도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택=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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