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둑을 지나 대부도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 보인다. 그 간판만 보아도 허기가 사라져 버린다. 실내로 들어서면 손님이 터지는 집이다.
거기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우측 찻길을 따라 2㎞ 남짓 자동차로 굴러가다 보면 구봉도 해솔길이 눈 안에 안긴다. 그곳 바다체험장을 지나다 보면 바닷물 위에 우뚝 솟은 바위 둘이 마주보고 있다.
할매가 고기잡이 나간 할아배를 기다리다 지쳐 허공에 기대 비스듬히 서서 졸다 깊은 잠이 들어 할아배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자 그것을 보고 할아배도 함께 잠이 들었다. 할매 바위와 할아배 바위가 정을 가득 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부나 파도가 따귀를 후려치나 그저 묵묵히 서 있다.
“짓궂은 갈매기가 할매 머리에 앉아 할아배가 옆에 서서 잠이 들었어요”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기척을 하지 않자 화가 났는지 할매 이마에 똥을 지르르 갈겼다. 이마에서 흐르는 똥을 보고 우스웠는지 깔깔 까르르, 까르르 하며 할매 뒤통수를 두 날개로 번갈아 갈기고 하늘 높이 날아간다. 할매와 할아배를 뒤로 하고 눈을 돌리니 멀리 개미허리 아치교가 바라다 보인다.
구봉도 해솔길이 세계적인 미항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나폴리 항을 연상케 한다. 육지와 섬을 잇는 제방을 건너 송림야영장을 지나 섬의 좌측을 향해 걷는 해솔 길은 나폴리의 겉모습과 흡사하다.
서해 먼 바다에서 영흥도 사이를 뚫고 밀려드는 파도는 쏟아 붓는 폭탄에 불바다가 된 도심의 화염처럼 물보라가 지는 햇살을 머금고 바닷가 방파제를 치고 부서진다.
낭만의 섬 구봉도, 지는 해를 쫓아 걷는 해솔길, 멀리 바라다 보이는 송도 그 너머로 연평도와 백령도 더 멀리는 압록강 어귀단동과 신의주가 아슬하게 머리를 스친다. 멀리 서해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쫓겨 발걸음을 재촉하는 바지락 줍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런 구봉도는 한 번쯤 발품을 팔만한 곳이다.
숲과 바다가 입맞춤한 구봉도 해솔 길은 언제 걸어도 아름답다. 구봉도는 연인과 함께 가슴속 깊은 곳에 영원히 간직할 한편의 추억을 만들 만한 곳이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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