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를 부여받고 활동하는 봉사형 노인 일자리인 ‘아동안전지킴이’는 현직에서 은퇴한 분이 대부분이다.
과거 화려했던 경력을 뒤로 하고 의미 있는 일에 봉사하기 위해 자원하다 보니 책임감이 어느 봉사직역 보다 강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 ‘노인’이라는 말에는 어느덧 사회·경제적 부담이라는 은유가 덧씌워지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률이 전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고령층이 신체적 건강이나 취업 의지에서 다른 나라보다 좋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65세 이상이 돼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은퇴하지 못하고 비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해야 하는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 취업률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7%의 2.3배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층 취업률이 매우 높지만, 이들을 보호할 법률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래서 ‘봉사형 노인 일자리’라는 중의적(重義的) 복안적(複眼的) 네이밍이라 여겨진다. 세상 이치가 젊음이 훈장이 아니듯 늙음도 형벌이 아니지 않은가.
꽃은 피는 시기가 다 달라도 꽃이 피면 모두 아름답다. 그 아름답던 꽃도 언젠가는 모두 지게 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신체는 비록 노인이지만 ‘감정은 늙지도 녹슬지도 않는다’ 라는 말이 노인들의 감정선(感情線)이다. 노익장을 뽐내던 어느 날 지킴이 15명은 ‘따뜻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삼복더위에 웬 따뜻한 아이스크림? 필자가 소속된 지구대에서 복더위에 수고한다고 사준 아이스크림이다.
‘따뜻한 아이스크림’ 설명을 위해 『네모난 세상의 동그라미』 동화 일부분을 소개한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있는데 세모와 네모는 서로 자기 자랑을 한다. 세모는 뾰족한 자기 머리를 자랑했고, 네모는 넓적한 얼굴을 자랑한다.
동그라미는 자랑할 것이 없어 시무룩한 표정이었을까? 그때 갑자기 비가 내렸다. 동그라미는 얼른 나무 밑으로 굴러갔고, 구를 수 없는 세모와 네모가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동그라미는 얼른 가서 세모와 네모를 머리에 이고 데려다 주었다. ‘네모난 동그라미’는 형용모순이다. 그러나 우리말의 형용모순은 휴머니즘과 해학적으로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달콤한 슬픔, 소리 없는 아우성, 단독 토크, 돈 많은 거지, 쇠로 만든 목탁 등 직역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따뜻한 아이스크림’은 형용모순으로 동화 속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갑을 관계에서 훈훈한 미담이자 휴머니즘이다. 학교 주변 안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필자를 포함한 동료들에게 ‘따뜻한 아이스크림’은 자발성과 책무성 휴머니즘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김기연 부천원미경찰서 중동지구대 아동안전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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