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빗물받이’ 쓰레기에 덮개까지… 침수 피해 키운다

비 올 때 제 기능 못하는 ‘빗물받이’...담배꽁초·비닐 등으로 꽉 막혀
지자체 청소 등 정비 나서지만 “시민 의식도 중요” 한목소리

13일 오후 의왕시 삼동에 위치한 한 빗물받이가 각종 이물질로 막혀 배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병규기자

각종 이물질로 막힌 도로 곳곳의 빗물받이가 우천 시 제기능을 하지 못해 침수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주택가. 약 50m 길이의 골목길 양측에 있는 빗물받이 4개는 모두 인근 주민들이 올려 둔 돌과 고무덮개로 막혀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69㎜ 가까이 내린 빗물은 우수관으로 흘러가지 못했고, 빗물받이 위로 약 1m 반경의 물웅덩이가 생겼다. 주민 이형선씨(64)는 “빗물받이가 열려 있으면 일부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하수구로 인한 악취 때문에 여름철엔 덮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의왕역 맞은편에 위치한 부곡중앙로. 숙박업소들이 밀집한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이 일대 거리는 넓게 퍼진 물웅덩이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빗물받이 사이엔 담배꽁초, 비닐조각, 플라스틱 컵 등이 끼워져 꽉 막힌 상태였다. 각종 이물질과 뒤섞여 고인 빗물은 탁한 갈색을 띠고 있었고, 종종걸음을 한 시민들을 물웅덩이를 피해 차도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빗물받이는 도로의 빗물을 하수도로 흘려주는 역할을 하며, 관리가 부실해 막혀 있을 경우 침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빗물받이가 3분의 2 막혀있을 때 침수되는 높이는 막혀 있지 않을 때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완전히 막혀 있을 경우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2020년 8월 양주에선 시간당 90㎜의 기습폭우가 내려 양주역과 이 일대가 물에 잠겼는데, 당시 침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막혀 있는 빗물받이가 꼽힌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보유 자원을 활용해 빗물받이 청소에 나서고 있다. 장안구는 관할 내 환경미화원 72명에게 빗물받이가 막힐 경우 즉각 대처를 지시하고 있고, 의왕시는 흡입준설차로 매일 구역을 나눠 청소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관리 못지 않게 시민들의 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가 청소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는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평상시엔 악취 문제로 빗물받이를 덮는 것을 허용할 수 있지만, 비가 오는 날엔 시민들이 빨리 치울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홍보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에선 집중호우 시 발생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에 침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 다가올 장마나 태풍을 대비해 기상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지자체에 관리 방법 등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병규·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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