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불법 우회전 속출… 보행자도 운전자도 “아車車”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첫날, 보행자·운전자 '혼란'

“보행자가 건너고 있지도 않은데 왜 멈춰야 된다는 겁니까”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 날 경인 지역 곳곳에선 보행자와 운전자 사이에 혼선이 빚어졌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뿐만 아니라 ‘통행하려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또 신호등이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선 보행자가 없어도 무조건 정지하고 주변을 살핀 뒤 주행해야 한다.

이날 오전 수원특례시 영통구 법원사거리 앞. 맞은 편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져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김정임씨(65·여) 앞으로 승용차 3대가 꼬리를 물고 우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른 우회전 차량의 속도에 김씨는 17m 거리의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본보 취재진이 해당 지역에서 약 40분 동안 관찰한 결과, 횡단보도에 사람이 보행 중이지만 정차하지 않은 차량은 20대 가까이 포착됐다.

같은 시각 용인특례시 수지구 신리초 삼거리에서도 혼란은 지속됐다. 이곳은 신호등이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모든 차량은 의무적으로 정지해야 한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이 이곳에서 1시간가량 지켜본 결과, 도로 양 방향을 지나친 차량 약 25대는 모두 정지하지 않았다.

택시운전사 백주용씨(60)는 “오늘부터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는지 알지 못했다. 아직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홍보 및 계도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정각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급하게 우회전을 하려 한 차량이 해당 지역에서 계도활동을 하던 경찰의 단속망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연이어 따라오던 차량 하나가 경찰이 계도활동을 벌이던 중에도 그대로 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하는 모습도 목격되기 일쑤였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평균 경인 지역 보행자 사고 건수는 약 1만1천225건으로 집계됐고, 이 중 사망자는 약 302명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부터 한 달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하는데, 계도기간 이후 법령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할 방침이다.

박무혁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처벌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계도와 홍보를 병행하며 운전자들에게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만들거나 스쿨존의 경우 정지 표지판을 강화하는 방안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은 개정이 됐지만 아직 시민들이 곧장 따르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한 달 동안 홍보와 계도활동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병규·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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