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송탄을 사진으로 박제해 온 이수연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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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가 이곳에 터를 잡기 전부터 살아오던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고자 숯과 참나무를 지게에 메고 오르내리던 고갯길인 숯고개가 된소리로 바뀌어 쑥고개가 됐습니다”

쑥고개. 지금은 송탄이라 부르는 평택 북부지역의 옛 이름이다. 이 지명을 기억하는 이가 점차 사라지면서 잊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사진전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부터 다시 쑥고개를 호명한 이가 있다. 지난 4월 사진전 ‘기억과 추억사이_쑥고개’를 개최한 이수연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68)이다.

그가 송탄을 렌즈에 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처음엔 찍다 만 필름을 소진하고 현상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요즘이야 우아한 말로 아카이브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내 사진은 그런 심오한 의미와 거리가 멀었고, 그저 돌려가며 군데군데 베어 먹은 옥수수 같았다”며 “이후 우연히 시간의 가치를 깨달으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 기록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송탄을 촬영하기 시작했으나 1995년 송탄이 평택과 통합하면서 기록을 그만뒀다. 송탄의 풍경으로 개인전을 열려던 계획도 접었다. 쑥고개가 없어졌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3개 시군 통합 후엔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송탄을 찍지 않았다”며 “다만 언젠가 전시하려고 모아놓은 사진만 묵혀왔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수십년된 오랜 생각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당연한 것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당연시해온 풍경을 통제된 시선으로 포착, 낯설게 표현해내 의미를 담는 것. 그가 송탄 곳곳을 다니며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기록한 이유다.

그는 “이제 쑥고개를 기억하거나 돌아보려는 이들도 많지 않고, 기지촌 향락도시쯤으로 생각하는 풍토도 사라졌다”면서 “과거 쑥고개의 일상을 당연하지 않게 표현해 내게 아직도 뚜렷하고 아련하게 남아있는 쑥고개를 기억과 추억 사이로 다시 불러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같은 이유로 그는 지난 40여년 동안 전국의 재래시장을 돌며 셔터를 눌렀다. 시장에 담긴 일상을 낯설게 표현한 사진 수만장 가운데 고르고 고른 1천장이 오는 9월3일 평택호예술관에 걸린다. 그의 네 번째 개인전 시장: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그는 “구한말 선교사와 외국인이 촬영한 것은 우리가 당연시해 기록조차 하지 않았던 풍경이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사진을 보며 놀라고 감탄한다”며 “우리가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것도 기록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세월이 담겨 가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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