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와 서울시 은평구·마포구 일대에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벌레떼가 출몰해 비상이다. ‘아파트 외벽에 짝짓기하는 벌레들이 새까맣게 붙어있다. 창문에 엄청나게 달라붙어 문을 열 수가 없다. 방충망을 했는데도 집 안까지 침투했다. 가게 안까지 들어와 쓸어도 끝이 없다. 주차한 차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징그럽다’는 등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러브버그는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약 1㎝ 크기의 파리과 곤충이다.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짝짓기 하는 동안에는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로 불린다. 생존 기간은 보통 3~5일 정도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인체에 무해한데다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고 환경을 정화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졌지만 날파리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혐오감을 준다. 또 사람에게도 날아드는 습성 탓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최근 러브버그가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습한 날씨 영향이 클 것이라는 추정이다.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애벌레가 빨리 자라는데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은 환경이 유지되면서 유충 발달 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마철이 끝나 햇볕에 노출되면 건조한 날씨에 취약해 대부분 자연 사멸한다.
하지만 당장 극성을 부려 해당 자치단체 구청이나 보건소 등에서 인력을 긴급 동원,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각 가정에선 파리약을 활용해 퇴치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불빛에 더 몰려들기 때문에 야간에 커튼으로 불빛을 차단하기도 한다.
해충이 아니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벌레 숫자가 늘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실제 고온현상이 애벌레에서 성충, 유충으로 이어지는 곤충의 세대 순환 기간을 줄여 일부 지역에서 대벌레, 매미나방, 노린재가 창궐한 바 있다. 해외에선 무당벌레·바퀴벌레·개미떼 등이 극성이었다. 기후이상으로 앞으로 더 많은 벌레떼가 출몰할 것이라는 예측이라 걱정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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