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과) 시정운영 방침과 철학이 서로 다른.... (임명권자가 바뀌었으면) 거취가 빨리 정해져야 한다.”
최근 정유섭 민선8기 인천시장직인수위원장이 개인적인 소견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우선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뽑은 당선인이 정무직 등을 등용해 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또 그들은 당선인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며 손발을 맞춰 함께 일을 한다는 것, 그리고 앞선 시장이 임명한 사람들은 나가달라는 것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소위 ‘엽관제’라는 선거를 통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정치적 관행을 말하면서, 엽관제로 들어온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 달라는 뜻이다.
그동안 시간을 되돌려보자. 대부분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들은 선거 전후 알아서들 자리를 떠난다. 스스로 정무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관장이나 고위 간부 등은 정치색도 없고 결코 정무직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스스로를 ‘전문직’이라 칭하며 자리를 지키려 애쓴다. 이 같은 자기 합리화는 결국 대대적인 감사나, 예산 삭감 등의 보복을 부른다. 결국 죄 없는 수많은 직원들만 큰 고통을 겪은 뒤, 전문직을 주장하던 그들은 결국 불명예 퇴진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번 정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요청한 것이 더 당당하다고 평가하고, 또는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정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옳다, 그르다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그동안 수많은 시장의 교체 과정에서 반복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선거 후 스스로 물러난 ‘멋진’ 정무직들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 들어올 정무직들은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하고, 임명권자의 이름을 빛내야 하는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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