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처인성축제 갑론을박…“6·25에 춤·노래?”

지난 26일 막내린 처인성 문화제를 놓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용인특례시 처인성 역사교육관 앞에서 시민들이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윤원규기자

지난 26일 막내린 처인성 문화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25인 만큼 순국선열을 위해 추모하는 기간, 축제를 여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추모와 축제를 연결 짓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용인특례시에 따르면 처인성기념사업회는 지난 25~26일 남사읍 처인성 역사교육관 앞 광장에서 ‘제1회 처인성 문화제 축제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행사는 처인성의 역사적 의미와 정신 등을 간직하고 계승시켜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렸다.

이런 가운데, 처인성기념사업회는 갑자기 정해진 축제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25일 오후 6시 진행하려던 기념식 및 품바축제, 불꽃놀이 행사 등을 다음 날 오후 6시로 변경했다. 한국전쟁 발발일 행사 진행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축제를 반대한 시민들은 ‘나라를 위해 피 흘리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5월에 축제할 때도 18일은 피해서 했다’, ‘민족 비극의 날엔 좀 참자’라는 등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이곳을 찾은 조성우씨(63·평택 죽백동)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목숨 걸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는 당일에 축제를 왜 여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는 참전용사들이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놀고 있으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 이 기간 만큼은 호국영령을 위한 넋을 기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막내린 처인성 문화제를 놓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용인특례시 처인성 역사교육관을 찾은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 윤원규기자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대면 축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김민석씨(25·용인 수지구)는 “물총 쏘고 춤추고, 대학 축제도 진행되는 와중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처인성 축제만 문제 삼는 건 과한 것 아니냐”며 “추모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3년만에 열린 지역 축제를 굳이 6·25와 연결 짓는 건 억지 아닐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남기화 처인성기념사업회장은 “우선 6·25를 의식하고 축제를 기획한 건 분명히 아님을 밝힌다. 처인성의 역사적 의미와 정신을 더욱 계승시키고자 마련된 행사였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극적인 날인 6·25에 더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축제를 통해 많은 시민들께서 처인성의 역사를 알고, 즐거움 또한 충분히 느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인=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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