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렸다. 근대 산업과 문명을 이끈 에너지원으로 20세기 중반까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더러운 연료’로 낙인 찍혔다. 주요 선진국들은 탈석탄 정책을 쏟아냈다. 영국은 2025년, 독일은 2038년을 석탄발전 퇴출의 해로 정했다. 미국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32% 줄이기로 했다.
전 세계 여러나라가 ‘탄소 제로’를 외치더니 석탄으로 회귀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유럽국가들이 전력공급 안정을 위해 다시 석탄화력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탈탄소’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네덜란드는 환경문제로 시설용량의 35%까지만 발전토록 법률로 규제하던 석탄발전 제한을 2024년까지 폐지키로 했다. 국가 가스 공급의 8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오스트리아도 폐쇄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여름 전력난에 석탄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70%에 이르는 인도는 에너지 물가 상승에 석탄산업 투자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유럽국가들의 석탄 회귀에 지구 온난화 대책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화석 연료에 대한 새로운 투자는 전쟁과 오염, 기후 재난을 부추기는 망상”이라면서 “재생에너지에 더 투자했다면 연료시장의 불안정성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가 기후위기와 에너지위기, 그 어떤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급속히 석탄을 퇴출시켰던 나라들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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