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별 숲’ 다음달 24일까지 진행 별을 세다·별을 따다·별을 그리다… 동심 ‘반짝반짝’ 신구대 설립자 고 이종익 박사가 1965년에 설립한 신구농장이 미술관의 뿌리 자연·예술 복합공간...세계의 식물원 기획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회 열려
별이 쏟아지는 숲으로 가요.
별을 바라본적이있는가? 여름밤 아이와 잔디밭에 누워 여름 별자리를 찾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별자리를 찾는 환상의 여행지는 갤러리 우촌(관장권영한)이다. 성남시 수정구 적푸리로에 터를 잡은 갤러리 우촌은 신구대학교식물원에 있다. 대왕저수지와 인릉산이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한 이곳에서 ‘2022 우리 아이와 함께 하는 식물원 미술놀이 뜰, 별 숲’이 7월 24일까지 주말마다 진행된다.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사업인 ‘별 숲’은 여름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꽃과 나무로 상상하는 놀이로 ‘별을 세다’, ‘별을 따다’, ‘별을 그리다’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초등학생과 보호자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의 주제는 ‘색깔 놀이’였다.
영상으로 펼쳐지는 식물원의 사계를 보니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안현정 학예사를 따라 ‘2022 기획사진전, 영국·아일랜드 식물원’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로 향했다. “이 전시는 환경부의 지원을 받은 것입니다. 신구대학교(총장 이숭겸) 구성원들이 직접 탐방한 세계의 식물원들을 소개하는 기획인데, 이번이 일곱 번째로 열리는 것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식물원은 시민문화 그 자체라고 해요. 보시다시피 영국과 아일랜드의 대표 식물원 20곳을 전시하고 있는데, 1759년에 개원한 잉글랜드의 큐왕립식물원과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왕립식물원이 특히 유명하지요. 큐왕립박물관은 5만 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을 보유한 곳으로 지난 2003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답니다” 전시 작품을 둘러보면 자연스레 영국의 빼어난 정원문화에 감탄하게 된다. 인간이 정성을 들여 가꾼 정원은 ‘작은 에덴동산’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영국 정원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인간의 욕심으로 잃어버린 에덴동산의 회복을 꿈꾸게 한다.
■ 자연을 배우고 가꾸며 인재를 기르는 곳
갤러리 우촌은 신구대학교 설립자 고 우촌(于村) 이종익 박사가 1965년에 설립한 신구농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0년대부터 이곳 약 82만5천㎡ 부지에 나무를 심고 농장을 경영하던 이 박사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아우르는 학원설립을 목표로 세운다. 그러나 이 일대가 자연녹지보호 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농장의 모습을 간직하게 되었다. 신구대학교 개교한 1974년 이후 이곳은 도시원예과와 축산과의 실습농장으로 활용된다. 매년 국화전시회를 개최하고 우수한 원예 산물과 축산물을 생산하던 실습농장에 이숭겸 총장이 자동화된 대형 하우스와 유리온실을 건축(1993)하면서 성남시와 식물원의 설립을 구상한다. 오랜 준비와 정성을 쏟아 2003년 5월에 개원한다. 이듬해 6월, 식물유전자원의 증식과 재배시설을 갖춘 신구대학식물원을 학교수목원으로 산림청에 등록하고 전문인력 육성과 국내외 식물자원을 수집하고 전시하기 시작한다. 아울러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야생화 심기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조경가든대학, 초등학생 대상으로 녹색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대학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이라는 정체성과 선진기법을 반영하는 교육을 진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곳에서 이론과 실기를 익힌 학생들이 전국의 식물원과 수목원에서 활약하고 있다. 식물생태연구소를 열어 식물유전자원과 정원사업을 벌이면서 멸종위기식물 11종(단양쑥부쟁이, 가시연꽃 등)의 가치를 알리고 지키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공간
2010년에 문을 연 ‘숲전시관’은 식물문화와 식물원 문화 확산의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식물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음악회를 비롯한 문화 행사를 열어 ‘갤러리 우촌’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숲전시관과 갤러리 우촌은 자연과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갤러리 우촌은 2016년 6월에 등록 미술관으로 재정비하여 식물원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의 식물원을 사진으로 소개하는 기획사진전, 신구대학교 학생들의 사진, 그래픽 디자인, 섬유디자인, 화훼디자인 등 다양한 창작물을 전시하고 있다. 경기도와 성남시의 지원을 받는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사업도 꾸준히 진행하여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관을 둘러보았다면 이제 식물원 곳곳에 조성된 20곳의 주제 정원을 탐방할 차례다.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며 관람객을 맞이하는 정원의 멋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온실 공간인 ‘에코센터’의 독특한 외관은 나뭇잎에 맺힌 이슬방울 모양을 본뜬 것이다. 굴거리나무, 먼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와 같은 제주도와 남해 섬에 자라는 나무들이 무성하다. 새우란, 자란, 털머위와 같은 화초가 계절마다 꽃을 피워 사계절 푸른빛과 향기를 선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이 곤충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곤충생태관’은 사슴벌레, 하늘소, 장수풍뎅이가 애벌레로부터 성충으로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어린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옛 정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정원’은 담장과 장독대, 펌프 우물을 중심으로 봉숭아꽃, 접시꽃, 과꽃, 수국 같은 정겨운 꽃들이 피어나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여러 가지 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정원, 음식 재료와 주방기구 조형물을 이용한 미각정원, 허브향이 싱그러운 후각정원으로 이어지는 ‘오감정원’도 빠트릴 수 없다. 허브정원을 채소정원으로 바꾸면서 시각(여러 색깔의 잎), 청각(다양한 소리), 후각, 미각, 촉각까지 오감을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어린이 정원’은 이름도 예쁜 나비정원, 잠자리정원, 달팽이정원, 색종이정원, 미로원으로 구성된 식물정원이다. 나비, 잠자리, 달팽이 같은 곤충 모양으로 조성한 정원에서 색채와 다양한 포장재료를 활용하여 자연을 즐기며 배울 수 있다.
■ 두꺼비와 라일락과 별자리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식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채취 탓이지요. ‘멸종위기식물원’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과 고산식물 등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동물과 식물이 섞여서 살아가는 ‘습지생태원’도 찾아보세요. 어리연꽃, 부들, 개연꽃, 물달개비, 물옥잠화처럼 물에서 자라는 수생식물과 동의나물, 부처꽃, 분홍 바늘꽃 같은 습지 식물과 달팽이, 개구리, 두꺼비 같은 작은 동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환경부인증 프로그램인 ‘습지에서 숨 쉬는 작은 생명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요”
안내에 따라 멸종위기식물원과 습지생태원을 둘러 보며 생명의 신비에 감동한다. ‘약초원’에서 감초를 비롯하여 구기자, 당귀, 지황 등 약재로 쓰이는 약초들의 생김새를 살펴보고 눈을 감고 냄새를 맡으며 이름을 기억해본다. 우리나라에 약 800여 종류의 나무가 자라고 있단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나무관찰원’에서 소나무를 비롯해 은행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메타세쿼이아, 가래나무, 회화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귀룽나무 등 우리가 자주 보는 나무의 특징을 비교하고 이름을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수목원 끝에 우리나라 최초로 조성된 라일락 품종 전시원이 있다. 수수꽃다리속(Syringa)에는 세계적으로 2천500여 품종이 육종되었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전시원에는 우리나라 자생 라일락부터 300여 종류의 품종이 자라고 있다.
“미술관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왕저수지는 두꺼비 서식지였다고 해요. 하지만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두꺼비들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이숭겸 총장이 에코센터 뒤편 고층습지원을 대체 서식지로 만든 것을 기념하여 두꺼비 상을 설치합니다. 식물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두꺼비와 청동 두꺼비 분수광장은 두꺼비를 지키려는 신구대학교 구성원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지요. 다행히 지금은 장마철이 되면 어린 두꺼비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이 시기에는 일부 산책로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으며, 두꺼비들이 보금자리를 찾아가기 좋도록 군데군데 통로도 만들었습니다”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식물원과 미술관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유년시절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기며 아이들과 함께 꽃과 별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자.
김준영(다사리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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