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자이언트 스텝

두렵다. 하룻밤 자고 나면 들려오는 나라밖 경제소식 탓이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약과다. 경기가 침체되면서도 물가가 오른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도 익숙하다.

▶지구촌 가상화폐 시가 총액이 1조달러(약 1천288조원)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1년5개월 만이다.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2조9천680억달러(3천823조원)로 정점을 찍었지만, 7개월 만에 2조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경제학자들은 매우 이례적인 사태라고 경고한다.

▶비트코인 가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서만 50% 추락했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큰 이더리움도 15% 이상 떨어지면서 1개당 1천200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 외신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현실로 다가오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심한 멍이 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가상화폐 급락세는 새삼스럽지는 않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거시 경제적 요인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물가인상 고공행진 사태도 심상찮다. 물론 아직은 남미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국내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물가 상승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 0.75%p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이다. 지난 1994년 이후 처음이다.

▶금리를 한꺼번에 0.75%p 인상할 때 흔히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부른다. 연준은 통상적으로 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0.25%p씩 올린다.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가 커질 때는 이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다. 이번이 그런 경우인 셈이다.

▶미국 연방은행 측의 선제적인 조치가 이를 예고했었다. 미국 연방은행은 앞서 지난 4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5%p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살인적인 경제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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