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총 456명이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 최후 승자가 되려고 목숨 걸고 극한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으로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며 압도적 몰입감의 연출과 탁월한 문화적 코드로 공전의 메가히트를 일으켰다.
희망이 안보이는 불공정한 생존경쟁을 하는 현실 세계의 압축판이라 볼 수 있는 오징어게임은 한계에 내몰린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동심속 추억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현실세계와 오징어 게임은 둘 다 벼랑 끝 지옥의 서바이벌 게임이며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고 다수결과 법치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인간성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라마속 반전과 극적인 재미는 무엇보다 주인공인 쌍문동 기훈이의 최종 우승이었다. 무능하고 찌질 하지만 양심과 선함 등 인간다운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훈이가 어떻게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노인, 여성, 탈북자, 심지어 길냥이 등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또한 참여자간 논쟁때 “그래도 얘기나 들어보죠?”라는 소수자에 대한 경청의 자세도 보였다. 그리고 “이봐요, 사람이 죽었다구요!” 라며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와 정의감도 보였고, 마지막에는 “상우야 집에 가자!”라며 상금도 포기하려는 결단 즉 내려놓음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의 눈부신 기세에 주눅이 든채 그 현란한 눈속임과 야바위에 자꾸 현혹되는 보통 사람들은 로마시대 콜로세움의 검투사처럼 21세기 콜로세움에 외로이 서있는 건 아닌가? 뛰어난 검술실력과 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나? 속임수와 기만, 야바위가 판치고 배타적 수직사회와 위장된 위선까지 드러나는 하드파워(HARD POWER)의 사회에는 통상 강자의 논리, 즉 똑똑 하거나 힘이 세야 성공할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러-우 전쟁, 미중 대결의 신냉전 등으로 보통사람들의 고통은 더 커져만 간다. 나도 쌍문동 기훈이 처럼 살아 남을 수는 있을까? 기훈이는 운만 따라주길 기다릴 순 없었고 실제로 주위의 많은 도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참여자들과의 소통과 경청, 배려와 공감, 팀플레이 등 소프트파워(SOFT POWER) 사회의 착한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승자는 패자를 기억하고 사회는 약자를 배려하는 개방성과 시스템 규율을 갖춘 북유럽국가들 같은 소위 ‘착한 나라’들이 성장여력이 더 높다고 한다. ESG경영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기업’이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보다 경쟁력이 있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사람도 이기는 장치, 불공정한 경쟁과 계급사회의 허를 찌르는 마치 오징어게임의 ‘깐부’와 ‘깍두기’ 같은 착한 인프라를 갖춰야 선진국이고 지속가능 사회인 것이다.
대선과 지선이 끝났다.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선출된 권력들이 어떻게 선(善) 시스템을 고민하고 구축하는지 지켜보자. 임기초반 논공행상의 엽관(獵官)들이 나타나고 여우가 호랑이위세를 빌리듯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는건 아닌지 두눈 부릅뜨고 찬찬히 지켜보자는 말이다.
때론 ‘착하게 살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착한 인프라를 갖춘 착한 사회가 되어야 지속가능 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자!
오형민 부천대학교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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