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재명 의원의 2027 대선 로드맵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2019년 2월27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신임 대표로 당선됐다. 황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총득표율 50.1%(6만8천713표)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는 37.7%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50.2%)에게 12.5%p 뒤졌다. ‘당심(黨心)’에서 이겼지만 ‘민심(民心)’에서는 진 셈이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패배로 침체한 당 재건에 전력을 쏟았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패해 싸늘한 민심을 체감해야 했다. 당시 전당대회 경선규칙은 선거인단 70%, 국민 여론조사 30%이다. 만약 국민 여론을 좀 더 반영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보수·중도 민심을 돌리는 데 5년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혁신형 비상대책위원장에 4선의 우상호 의원이 선임됐다. 우 의원은 당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의 맏형격 중진 의원으로 꼽힌다. 우 위원장은 대선,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패한 당을 수습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지만, 당 안팎의 과제가 녹록지 않다. 당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반명과 친명간 계파 갈등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이재명 의원이 있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자생당사’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송역(이재명~송영길)에서 출발해서 윤박역(윤호중~박지현)에 비상 정차했다가 김포공항에서 끝난 선거”(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라고 일갈했다. 온라인에서는 ‘李혼자산다’, ‘이재명 1명 구하기’ 등 패러디가 속출했다. 이처럼 ‘이재명 책임론’이 들끓지만 여전히 자신은 모른 척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국회 첫 등원에서 “(지지자들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고 있는 중입니다. 전당대회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27 대선’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인천 계양을’ 당선 기반으로 당대표 도전은 예견된 일이다. 총선 공천권을 갖고 당내 세력을 규합하고 각종 사법적인 리스크는 방탄국회를 통한 정치탄압 프레임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국민을, 민심을 너무 쉽게 보는 건 아닐지.

김창학 정치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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