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100만 특례시 디딤돌 역할
세계가 평택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임에도 관습을 깨고 첫 순방지로 일본이 아닌 한국을 선택했다. 그 가운데서도 첫 일정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으면서 관심이 쏠렸다.
주한미군이 주둔한 도시 평택에서 미 대통령 최초로 국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면서 평택은 양국의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으로 확장했음을 상징하는 도시이자 대한민국 경제안보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 입주 후 평택은 과거 경기도 변방의 농촌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산업 최전선인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 세계 최대규모 평택캠퍼스, 지역 경제 핵심축
명실상부 평택 반도체 산업의 중심은 최첨단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다. 지난 2015년부터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총 부지 289만㎡로 축구장 400개와 맞먹는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복합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총 6개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제1공장(P1), 제2공장(P2)이 가동 중이며, 제3공장(P3)은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P1 라인은 2015년 5월 착공해 2017년 6월부터 3차원 V낸드를 양산 중이다. P2 라인은 2018년 1월 착공, 2020년 8월부터 D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P2 라인은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3세대 10나노급 LPDDR5 모바일 D램을 생산한다.
P3 라인은 2020년 6월 건설을 시작해 올 하반기 완공될 계획이다. EUV 기술이 적용된 10나노급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할 예정으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P1·2 라인은 완공 당시 단일 라인 기준으로 각각 세계 최대규모였던 만큼 평택에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크다. 현재 평택에는 9천여명의 임직원이 있으며 협력사와 건설 인력 등을 포함하면 하루 약 5만명이 평택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등 지역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캠퍼스는 일자리 창출과 IT 전후방 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며 “2015년 평택캠퍼스 기공부터 2030년까지 창출될 생산 유발 효과는 550조원 이상이며 고용 창출 효과는 130만명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고덕지구 지정 이후부터 삼성전자 유치 노력
평택이 첨단산업의 메카로 발돋움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31일 경기도·평택시·경기도시공사·삼성전자가 고덕산단 용지매매 분양계약을 체결, 삼성전자의 입주가 확정되면서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주 결정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9월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지정 이후 경기도 평택시는 지구지정 이후 삼성전자를 유치하고자 국토교통부와 25차례에 걸친 협의 등을 진행해 2007년 7월 지구 내 산단 조성을 확정했다. 같은 해 9월 산단 공급물량 396만㎡를 특별배정 받았고 2010년 12월 삼성전자와 입주협약을 체결했다.
평택시는 입주협약 체결 후 삼성전자가 요구한 기반시설 국비 지원, 입지규제 완화, 고속철도 소음진동 완화 등 현안 사항을 해결하고자 실무회의 34회를 비롯 60여회에 걸친 중앙부처 협의 등을 진행했다. 특히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지방산단 조성보조금 지원 특례조항을 마련, 2011년 7월과 2012년 1월 국토부로부터 산단 기반시설설치비 5천615억원을 심의 결정 받는 등 사전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 끝에 2015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기공, 2017년부터 P1 라인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평택시가 고덕산단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하면서 평택은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 급물살을 타고 있다.
■ 평택 발전 추동하는 핵심동력
삼성전자를 유치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있던 만큼 현재 평택캠퍼스는 평택시가 100만 특례시로 발전해나가는 핵심동력이다.
재정적 측면에서 평택캠퍼스는 현재 평택시 세입의 적지 않은 부분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시에 납부한 지방세는 ▲2018년 547억8천600만원 ▲2019년 1024억9천100만원 ▲2020년 602억1천200만원 ▲2021년 867억3천200만원이다. 평택시의 지방세 징수액은 ▲2018년 5495억7천900만원 ▲2019년 6048억9천700만원 ▲2020년 6099억4천200만원 ▲2021년6628억9천900만원으로 총 징수액의 약 10%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원익IPS 등 삼성전자 관련 업체까지 포함한다면 지방세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있는 셈이다.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을 추동하는 것 역시 삼성전자다. P6 라인까지 건설이 예정되면서 서정동·모곡동·장당동·지제동·고덕동 일원 1천340만㎡가 인구 14만명의 배후 주거지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고덕국제신도시에 시청 등 행정기관이 이전하면 3개 시군 통합 이후에도 북부·남부·서부 분리된 모습을 보이는 평택시의 통합을 안착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카이스트 평택캠퍼스도 삼성전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 카이스트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계약학과 연구과정을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평택시가 고덕지구 내 국제학교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등 평택캠퍼스 조성을 계기로 100만 특례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착실하게 마련하고 있다.
■ 인터뷰 정장선 평택시장 "국제도시 평택, 반도체 특구 요청"
“평택을 세계에 알리고, 평택이 국제도시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 시장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서면서 평택의 바뀐 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정 시장은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에도 평택을 지나며 삼성전자를 언급했고,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평택에 방문했다”며 “삼성전자가 들어오고 평택시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했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외부에서 평택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해 시민들도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P6 라인까지 증설, 2025년 카이스트 평택캠퍼스 개교, 세계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수원특례시도 삼성전자를 유치하면서 100만 도시로 성장하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에 평택을 반도체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앞으로 특구가 지정되고 이 같은 시설들이 전부 갖춰진다면 평택시가 인구 100만 특례시로 성장하는 기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평택=최해영·안노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