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법 무시한 말은 ‘언어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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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직업상담사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문법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같다’이다. ‘좋다’ 또는 ‘맛있다’라고 하면 될 것을 애매한 표현인 “좋은 것 같다” 또는 “맛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같다’는 ‘그런 부류에 속한다’ 또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직설적인 표현은 뒤로 감춘 채 ‘그럴 수도 있지만 혹시 아닐 수도 있다’라는 모호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좋으면 ‘좋다’ 맛있으면 ‘맛있다’라고 간결하게 말하면 될 일인데, ‘같다’를 덧붙여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에둘러 표현한다. 자신이 직접 경치를 보거나 음식을 맛보고 난 뒤의 느낌이나 판단이라면 ‘좋아요’나 ‘맛있어요’라고 해야 옳다.

비슷한 예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는 표현을 가끔 듣게 된다. 보조형용사 ‘싶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욕구가 있음을 나타내거나, 앞말대로 될까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결국 ‘싶다’는 현재의 확정적이거나 단정적이 아닌, 미래의 막연한 희망이나 바람 또는 미래의 걱정과 근심을 내포하는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함으로써 미래의 소망이나 차후의 유보가 아닌 현재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옳다.

또한, 요즘 많은 사람이 별생각 없이 ‘아내분’ ‘선배분’ ‘지인분’ ‘직원분’ ‘스타분’이란 말을 쓴다. 상대방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 명사 ‘분’을 아무 단어에나 뒤에 붙여서 이상한 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로, 귀에 거슬린다. 아내, 선배, 지인, 직원, 스타라는 단어 자체가 낮춤말이 아니므로 굳이 뒤에 ‘-분’을 붙여 쓸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런 말들은 어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치 않은 사족 같은 말이다.

심지어 존칭을 나타내는 접미사 ‘-님’이 붙은 말에 ‘-분’을 덧붙인 ‘손님분’ ‘따님분’ 등은 이중 경어체로 이 또한 잘못된 표현이다. 또 우리는 흔히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2만원 되시겠습니다” 같은 엉터리 존댓말을 식당, 백화점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지나친 공손함 때문일까 왠지 어색하다. 고객에게 공손히 말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높이는 일명 ‘사물 존칭’이다. 우리말에서 물건이나 무생물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높임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서 그 사용례가 맞지 않아 귀에 거슬리는 말이 적지 않다. 모든 말과 언어는 정해진 문법과 사용법에 따라 그 상황과 용도에 알맞게 사용돼야 한다. 어법을 무시한 이런 말은 언어 공해이자 언어 파괴 행위다.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이 우리말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 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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