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정치와 관련 없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무언가 쫓기듯이 단독으로 처리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법리 판단이 수사 단계에서 배제되면 사법적(司法的) 원칙이 훼손이 될 수 있다. 검사가 수사하지 않는 사건의 피의자를 기소하고, 수사하지 않는 사건에 원고가 돼 피고의 단죄(斷罪)를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 인권보호와 법리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따라서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보완수사와 법리검토가 있어야 억울한 피해자도, 죄지은 사람이 법망(法網)을 피해가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발인은 경찰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고발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인데, 경찰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검사의 처분에 항고와 재정신청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항고와 재정신청을 인정하면서 경찰의 처분에 이의신청을 제한하는 것은 논리상 모순이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형사처분의 오류를 방치하는 것으로, 경찰의 처분이 완벽하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특히 고발사건은 정치권과 사회적 거악(巨惡)에 대한 시민의 저항권으로 경찰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입법자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하고, 종결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지 의문이 든다. 혹자는 경찰이 전체 형사사건의 90%이상 수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경찰은 선거, 공안 등 중요 사건은 물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은 수사초기부터 법률적용, 수사방향, 입건여부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왔고 절도, 폭력 등 단순한 사건이라 해도 검찰에 송치하면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그렇게 해야 법리적용에 오류를 막을 수 있고 공소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사례로 공수처 출범 1년을 되돌아보면 경찰의 수사 역량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가 있다.
특히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 등은 검사의 지휘 없이 경찰 단독으로 수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 따라서 70년 동안 이어져 온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하루아침에 바꾸게 되면 거악 척결에 문제가 생기고, 수사 현장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
끝으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 중 매년 3만여건이 검찰에 의해 불기소, 혐의 없음, 각하 처분되는 것은 수사미진과 법리적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연간 250만건이 넘는 형사사건 중에 10%정도가 검찰에 직접 접수된다는 것은 검찰수사를 국민이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과 경찰은 수사역량과 조직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검찰수사권 박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법학교수, OECD뇌물 방지그룹 의장까지 우려를 표명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민주당에 우호적인 단체들까지 반대했지만 입법을 강행했다. 검경수사권을 조정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그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무엇이 그리도 급했을까?
오수진 前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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