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어업 면세유 폭등...조업 포기하는 경기 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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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으로 조업을 포기하는 경기지역 어민들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시흥시 월곶포구 선착장에서 한 어부 부부가 조업하지 못하고 정박돼 있는 어선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조주현기자

“한창 조업에 나서야 할 봄철 성어기인데…조업을 하기만 하면 적자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18일 오전 시흥시의 한 포구. 김흥선씨(73·가명)와 양희순씨(65·가명) 부부는 선착장에 발이 묶인 ‘성복호’를 애처롭게 바라볼 뿐이었다. 5월은 꽃게·낙지·노래미 등 각종 수산물이 많이 잡히는 성어기로 활기가 돌아야 할 항구엔, 적막만 가득했다. 김씨 부부는 작년 이맘 땐 한 달에 나흘을 빼곤 조업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유값 급등으로 지금은 한 달에 나흘 조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들 부부는 행여 가을 성어기엔 상황이 나아질까 애꿎은 통발만 정리하고 있었다. 김흥선씨는 “기름 값도 비싼 데다 생선 가격은 절반 이상 폭락해 이중고를 겪으니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화성시 서신면의 전곡항. 선주 박기훈씨(38·가명)도 조업 대신 자망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한 번 조업을 가면 소라·낙지 등을 잡아 약 50만원의 수익을 내지만, 25만원을 기름 값으로 사용하고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것 하나 없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주일에 사흘만 조업에 나서고 있다. 박기훈씨는 “선장들이 모인 SNS 대화방엔 매일 유가 관련된 소식과 현 상황을 걱정하는 대화만 오간다”며 “전라남도에선 지역 어민들을 위해 면세유도 지원한다는데 경기지역 어민들에게도 이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읊조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면서 조업을 포기하는 경기지역 어민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면세유 공급가격은 1드럼(200ℓ)당 13만9천원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달 초 24만1천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남도는 이달 초 전국 처음으로 유가 상승에 힘겨운 어업인들을 위해 약 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어업용 면세유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엔 아직까지 이 같은  지원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기지역 어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마저 심화되고 있다.

신용민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상황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특수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어민들에 대한 보조금 방식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서야만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지금까진 면세유에 대한 지원 자체가 없었던 상황이라 새롭게 사업을 준비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서도 “경기지역 어민들이 유가가 급등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 공감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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