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손님 모으기 위한 영화 ‘굿즈’…리셀 상품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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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영화관에 굿즈를 수령하려는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한수진기자

“좋은 좌석도 놓치고, 굿즈(기획 상품)도 받지 못해 화가 납니다”

11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영화관. 리셀러로 추정되는 60대 여성이 인기작 포스터 10여장을 에코백과 종이 봉투에 나눠 담고 있었다. 영화관 직원도 이 여성이 내민 10여장의 영화 티켓(굿즈 수령 시 필요)을 보며 자주 겪은 것처럼 익숙하게 응대했다. 또 다른 리셀러들은 영화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굿즈를 수령하는 매점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이들은 다른 영화 굿즈 증정 시간에 맞춰 다량의 굿즈 수령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관객 A씨(22)는 “영화 개봉 1주일 전부터 예매창에 접속했지만 좋은 좌석을 예매할 수 없었다”면서 “정작 상영관은 빈 자리가 많았다. 리셀러들이 계정 여러 개를 통해 티켓을 다량으로 예매했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가의 고객 유치 마케팅으로 자리잡은 ‘굿즈’ 증정 문화가 티켓 다량 매수 후 증정품만 챙겨 되파는 리셀러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극장가는 모객 방법의 일환으로 배지 형태의 굿즈부터 포스터, 엽서 등을 증정하고 있다. 1관 상영시 적게는 50개부터 많게는 200여개까지 입고된 굿즈를 예매 티켓을 제시한 관객에게 선착순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좌석을 다량 예매 후 굿즈만 수령해 인터넷 및 모바일 중고 장터에 되파는 리셀러들이 성행하고 있다. 수량이 많이 풀린 굿즈의 경우 티켓값과 유사하게 판매되지만, 소량 입고되거나 인기작 굿즈의 경우 티켓값 이상으로 고가의 시세가 형성된다. 더욱이 리셀러들은 경로우대나 조조할인 등을 통해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한 뒤 차익을 남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중고나라에는 지난 4일 개봉한 한 외국영화의 굿즈 판매글이 1주일간 580여개 등록됐다. 기타 SNS나 커뮤니티 등의 거래글을 포함하면 영화 굿즈 리셀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영화관 직원은 “굿즈가 소진된 줄 모르고 방문했다가 예매했던 영화를 환불해달라고 요청하는 분들도 많다”면서 “좋은 취지로 굿즈 증정이 도입됐지만, 이를 악용하는 일부 때문에 악영향이 미쳐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수진기자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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