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린이 빗댄 ‘○린이’

이번 100주년 어린이날에는 마스크 없이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맑고 밝은 표정인지, 정말 오랜만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할 때는 학교까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을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반가웠다.

흔히 어린이는 나라의 희망이고 기둥이고 보배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가 하면, 아동학대나 혐오도 크게 늘었다.

‘잼민이’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의미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아이들은 이 용어를 기분 나빠하고 싫어한다. 일종의 혐오표현 같은 것인데, 온오프라인에서 어른들이 여과없이 쓰는 사례가 있다. 교육방송 EBS가 지난해 7월 트위터 게시물에 ‘잼민좌’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EBS는 “잼민이가 재미있는 어린아이를 부르는 유행어라고 생각했다”고 사과했다.

최근엔 초보를 뜻하는 ‘○린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초보 주식투자자를 ‘주린이(주식+어린이)’, 초보 부동산투자자를 ‘부린이’, 요리 초보자를 ‘요린이’, 골프 입문자를 ‘골린이’, 헬스 초보자를 ‘헬린이’ 등으로 부른다. ‘○린이’ 표현은 어린이의 낮은 연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서툴고 미숙한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처럼 여겨진다. 이런 식의 표현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것으로, 편견을 고착화하고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린이’ 표현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아동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린이’란 표현이 공문서와 방송, 인터넷 등에서 사용되지 않도록 홍보와 교육 등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린이’란 표현의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고, ‘어린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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