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학자, 이순신 거북선 왜곡했다

홍순구 순천향대 교수 연구 결과
하야시·아오야기 등 ‘철갑 부정’
판자 덮은 형상으로 변조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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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년 ‘이충무공전서’ 귀선도설의 통제영 거북선(왼쪽). 1912년 조선 관복을 착용하고 있는 아오야기 쓰나타로의 거북선 사진. 홍순구 교수 제공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을 전멸시켰던 이순신 장군 거북선을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을 주도했던 일본인 역사학자 등이 왜곡·변조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인 역사학자 하야시 다이스케(林泰輔)와 어용 저술가 아오야기 쓰나타로(靑柳綱太郞) 등에 의해 거북선 철갑이 부정되고 형체를 변조한 그림이 사용되는 등 부정됐는데 100여년 지난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야시는 고대 한국을 일본 속국으로 묘사, 아오야기는 왜곡된 출판활동으로 조선총독부 통치에 기여하는 등 일제 식민사학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본보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홍순구 순천향대 교수(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 연구 결과(일제식민사학, 이순신 장군 거북선 왜곡 변조 연구)를 입수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1883년 발간된 영국 해군 보고서는 ‘고려에는 철판을 덮은 전선(戰船)이 있다’고 신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순신 장군이 창제한 거북선은 세계 최초 철갑선이라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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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조선 관복을 착용하고 있는 아오야기 쓰나타로.1795년 ‘이충무공전서’ 귀선도설의 통제영 거북선. 1916년 출판된 ‘이순신전집’의 저급하게 변조된 통제영 거북선,홍순구 교수 제공

그러나 하야시 다이스케는 1901년 저술한 ‘조선근세사’를 통해 영국 해군 보고서는 고려 전함은 거북 껍질처럼 판자로 덮은 것을 말한 것이고, 일본에 세계 최초 철갑선이 있었다는 내용을 발표, 이순신 장군 거북선의 철갑을 부정했다고 홍 교수는 밝혔다.

아오야기도 이순신 장군의 철갑 거북선이 식민사학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홍 교수는 “그는 조선연구회가 1916년 일본어판, 1917년 한글과 한문 등으로 ‘이순신전집’을 출판하면서 ‘이충무공전서’의 원본 그림을 사용하지 않고 저급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넣어 변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통영이나 한산도 등지에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있었는데도 이순신 장군 제목의 그림에 옥대(玉帶) 사진으로 싣는 등 변조된 거북선 그림을 사용해 실재를 부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1795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 권수도설의 거북선 그림은 섬세하고 입체구조의 표현이 뛰어나 임진왜란 이순신 거북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료다.

홍순구 교수는 “조선에서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는 1900년대 초 일제의 무력과 국권침탈 위기에서 민족정신과 우월성 등을 높이기 위한 역사교과서 자료로 활용되면서다. 일본 역사학자 등은 이를 식민사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왜곡시켰다. 그런데 아오야기의 변조된 거북선 그림이 국내외 출판물에서 이순신 장군 거북선으로 둔갑, 사용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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