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로 내몰리는 용인 아이들…“안전등교 원해요”

용인특례시 수지구 고기초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로 없이 등·하교를 하면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사진은 고기초등학교 일대 도로에 차량들이 빼곡하게 지나가는 모습. 윤원규기자

용인지역 일부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등하굣길에 건축자재 등이 적치됐거나, 덤프트럭이 통과하는 등 학생들이 차도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2일 찾은 용인특례시 수지구 고기초등학교 앞 사거리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차량들로 북적거렸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도로에는 고깔, 대리석 판, 목재 등이 놓여있다. 이로 인해 도로 폭은 상당히 좁지만, 덤프트럭을 비롯한 지게차와 건설 장비들은 굉음을 내며 이곳을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모퉁이에 바짝 붙어있기 일쑤다. 안전펜스 같은 보호시설 하나 없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9세 아들을 둔 학부모 A씨(40·여)는 “이곳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다”며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조차 없다는 현실이 매우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용인특례시 처인구 용인둔전초등학교 앞. 양쪽 인도에 차량들이 불법주·정차하면서 아이들이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김경수기자

처인구 용인둔전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인도로 걷지 못하고 차도로 나와 걷고 있다. 주변 상가를 비롯해 차들이 인도까지 불법 주·정차해 길을 막은 것. 1m 폭밖에 안되는 인도를 차가 막아버린 탓에 길을 걷는 학생들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에 내려가 위태롭게 걸어갔다.

B군(10)은 “개학한지 2개월이 돼가는데 인도로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다”면서 “(인도에) 불법 주차한 차들이 없었으면 한다. 친구들과 인도로 안전하게 걷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학교 주변 통학로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용인지역 곳곳에선 여전히 통학로가 위험한 상태로 방치돼 있어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5년(2016~2020년)간 용인지역 12세 이하 교통사고 전체 사상자수는 1천25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46건(36.5%)이 등·하교시간대 발생했다. 특히 오후 2~4시 구간에는 사고의 81.8%(365건)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특히 저학년은 도로횡단에 익숙하지 않고,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학생들이 안전에 위협받지 않도록 대책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시는 지난달 27일 고기초 학부모들과 주민공청회를 열고 아이들의 안전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군기 용인특례시장은 “아이들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허술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주변 공사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에 위해 요소가 있다면 철저한 조치를 통해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백군기 용인특례시장(가운데)과 고기동 주민들이 주변 환경 생태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수기자

용인=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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