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에 두 종류의 생태자원이 있다. 풍성한 산림자원과 청정 수자원이다. 가평군 땅 843.6㎢ 중 산림은 83%이지만 국유림, 도유림이 적지 않다. 가평군을 관통하는 북한강은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안보전략 관점에서 가평군은 국가근본이요, 최후보루다. 가평 구석구석은 그야말로 태고의 자연자원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자연생태보존지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수도권이라 부르기에 민망하게도 오랜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어 기록영화 촬영지로 활용할 정도다. 이렇듯 절절한 애환과 함께 오랜 세월 지역의 음악문화가 축제처럼 전해져 오고 있는데, 바로 가평 아리랑과 북한강 뱃사공 노래다.
경기 제1봉 화악산을 기점으로 뻗은 화악지맥의 끄트머리, 보납산은 구한말 의병 격전장이었다. 나라 잃은 분노에 스스로 떨쳐 일어난 의병군대가 서울로 진격하다가 최후결전으로 산화한 전투거점이다. 살아남은 의병들은 힘을 모아 다시 3·1 독립만세의 기반을 세웠다. 6·25 전쟁 초기에는 학도의용군이 내 고장을 지켜 싸웠고, 중공군 침공 때는 연합방어작전을 성공시켜 북으로 진격할 기회를 만든 전략적 요충지였다.
가평군은 항일 의병의 거점이요, 독립운동의 발상지요, 자유민주주의의 최후보루였다. 이토록 값진 역사문화를 상징하는 가평 아리랑은 빼앗긴 억울함보다 그리운 임을 기다린다는 희망의 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아리랑은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정선, 밀양, 진도 아리랑 모두가 이별의 한을 담고 있지만, 가평 아리랑은 아름다운 산천, 밝은 미래와 희망을 노래한다.
뱃사공 노래는 북한강 수상교통문화에서 시작됐다. 그 천년 세월 동안 북한강에는 탁월한 뱃사공들이 탄생하고 또 사라져 갔다. 그들은 뗏목에 짐을 싣고 강원도 화천을 출발해서 가평을 거쳐 서울 뚝섬까지 오갔다. 북한강 뱃길을 왕래하는 뱃사공들은 꼭 가평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포구에서 빨래하던 아낙네들과 물장구를 튀기다가, 주막에 들러 주막여인네와 술을 마시며 흥겹게 노래 불렀다. 뱃사공들은 가평 안반지 일대 상권을 활성화하고, 쇠터 주막마을을 형성하고, 돛단배를 만들어 운항했다. 북한강 뱃사공 노래처럼 독특한 수상음악문화는 경기 근대역사유물과 함께 가평 지역 민중의 소리로 끊임없이 진화해 왔던 것이다.
시절이 하 쏜살 같고 선박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해 북한강에 친환경 전기유람선이 뜬다고 한다. 가평군, 천 년 하고도 삼백 년을 이어온 희생과 질곡의 역사를 되새기는 음악문화 재생 축제가 전제됐으면 좋겠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부르는 평화의 찬가, ‘가평 아리랑’과 ‘북한강 뱃노래’를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세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바쁜 일 하루쯤 제쳐놓고, 봄꽃 화사하게 핀 자라섬 꽃 정원, 북한강가에서 가평 아리랑, 북한강 뱃노래 한 번 목청 높여 불러보는 재미, 이 또한 가평에 사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호강이 아닌가 싶다.
이상용 가평군 전략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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