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농산물 값 오름세가 일반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新造語)다.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지난 2007년 처음 사용했다. ‘세계 농업과 애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서다.
▶농경문화가 인류역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건 팩트다. 농산물 값은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공산품 값은 농산물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농산물부터 손을 대야 하는 이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옥수수 값이 뛰고 있다.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의 본격화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밀·옥수수 농사 지역이지만 전쟁 중이다. 이들 농산물 생산이나 수확 등이 이뤄지지 않는 건 당연하다. 예고됐던 상황이다.
▶지난달 수입 밀 값이 t당 400달러를 넘었다. 밀 수입 단가가 400달러를 돌파한 건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밀 수입량은 42만9천t, 금액으로는 1억7천245만달러다. 수입 밀 값 인상의 주범은 뭐니 뭐니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밀 값 상승으로 외식 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칼국수 평균 값은 8천113원으로 1년 전보다 8.7%, 냉면도 9천962원으로 1년 전보다 9.7%, 자장면은 5천846원으로 9.4% 뛰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더 상승할 조짐이다.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옥수수 선물은 25.4㎏당 2.6% 오른 8.04달러다. 지난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8달러 선을 넘었다. 가뭄과 이상 고온 등이 미국 중서부를 덮쳤던 지난 2012년 최고가인 25.4㎏당 8.49달러에도 근접한 수치다. 올해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직으로 올랐다.
▶두 나라는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문제는 전쟁의 장기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5.4㎏당 6달러였던 옥수수 값이 넉 달 만에 30% 이상 치솟았다. 농산물 값의 끝없는 고공 행진이 예고된다. 농산물 값이 오르면 이래저래 어려워지는 건 서민들의 가계다. 그래서 뒷맛이 씁쓸하다. 잔인한 애그플레이션은 바야흐로 현재 진행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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