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가 도시계획시설과 관련해 민간 사업자의 예산 확보와 인·허가 절차를 완료했음에도 인근 학교의 반대를 이유로 지역 숙원 사업인 도로 개설을 진행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이 김포시는 주민 편의는 뒷전인 채 ‘눈치보기 행정’에 급급, 40여 년간 지속된 지역 현안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김포시와 김포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9년 12월 김포고 인근 사우동 214-14번지 일원 도시계획시설(작은 도로, 총 면적 2만6천878㎡)에 대해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냈다. 지난 1978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해당 도로는 장기미집행 상태로 남아 있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난 2020년 말 이 같은 지정 효력에서 사라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A업체가 이곳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해당 시설은 기사회생했다.
공사를 위해 지난 2020년 6월과 1년 뒤 두 차례 도시계획시설 실효 연장(실시계획인가·기간 1년)을 진행한 A업체는 약 33억원을 들여 총 11필지를 확보하고 난 뒤 김포고 일부 부지(3필지)를 지나가는 폭 8m, 길이 107m의 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가까스로 되살아난 도시계획시설에 따른 도로 개설로 인근 5천여명의 주민들은 교통난 해소를 기대했다. 현재 김포고 후문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봉화로 51번길은 폭이 4m조차 안 되는 등 차량 정체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그러나 A업체의 부지 매입 과정에서 김포고가 운동장 축소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 주민들의 기대감은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채 오는 6월 도시계획시설 실효 연장 기한이 도달할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상 토지에 대한 강제 수용이 불가능해져 A업체가 사업을 포기할 수 있는 데다 시마저도 이곳을 우선 매입 순위에서 배제한 실정이다.
주민 최순철씨(가명·67)는 “올 초 내린 눈으로 기존 도로에서 차량 간 접촉 사고가 나 두 시간 이상을 기다린 적이 있다”며 “도로 안 깔리면 머리띠 두르고 김포시청에 쳐들어가야 할 판”이라며 분노했다.
결과적으로 예산 확보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시가 김포고 여론을 내세우며 주민 숙원 사업을 뒷전으로 밀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학습권 침해, 운동장 축소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낸 김포고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가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도시계획시설 실효 연장 여부는 검토 중이며 유관기관과 협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포고 관계자는 “학교 부지 편입 시 급식실을 오가는 차량의 회전이 안 되는 데다 운동장마저 줄어들어 학생들의 체육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공사에 따른 먼지와 소음 문제도 있어 학교 운영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는 도로 개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나 추후 학부모 여론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찬·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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