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처리 수요 폭증, 전세계적으로 초거대 데이터센터 구축 가속화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는 5G(5세대 이동통신),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AI(인공지능), 자율주행, 클라우드 기반 사무처리와 같은 데이터 중심 시대를 한층 앞당겼다. 이제 전 세계에서 1년 간 생산되는 데이터 양은 2021년 기준 44ZB(제타바이트)에서 오는 2025년까지 4배가 넘는 180ZB로 폭증이 전망된다. 이처럼 데이터 처리수요가 폭발하자 최근 세계적으로 초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당장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은 올해 미국에서 사무실과 데이터센터 확충에 약 95억달러(약 11조6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 70억달러(약 8조6천억원)보다 증가했다. 구글은 이번 투자로 연내 1만 2천개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건축물
데이터센터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서비스, 경영활동, 연구 등에 사용되는 서버(고성능 컴퓨터)와 스토리지 (데이터 저장장치), 네트워크 (통신장비) 같은 전산장비들을 모아 두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대형시설로, ‘서버 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고성능 장비들이 고장이나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성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각종 기반설비들을 포함하고 있고 홍수와 지진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재난에 대비한 건축기술들이 적용된 차세대 고부가가치 건축물이다.
지난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산장비를 사용하는 기관들이 사옥 한편에 전산실을 마련해두고 이를 자체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으로 전산장비를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자체 전산실 대신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고,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건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이고, 데이터센터는 석유 공급망인 셈이다. 시추된 원유가 운반되고 저장·처리돼 무궁무진한 제품들로 변신하듯, 각지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수집·전송·저장되고 처리됨으로써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로 탈바꿈되기 위한 기반시설의 중심에는 데이터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데이터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원인 사회에선 성장의 기반이 되는 필수불가결한 시설이다.
■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 처리를 통한 국가·사회적 효율 창출
데이터센터는 오롯이 전산장비의 원활한 운영을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업무시설 내 전산실보다 비용효율적으로 최적의 조건에서 전산장비를 운영할 수 있고, 1년 365일 운영되는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 비상시 전문인력 및 기술 등을 통한 빠른 대응과 끊김 없는 운영이 가능하다. 일반 업무시설에 비해 DDoS 테러 등 공격으로부터의 사이버 보안기술은 물론 생체인증과 금속탐지기 등 물리적 보안시설도 뛰어나 이용 기관들의 소중한 장비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함으로써 사회 전반적인 효율과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기존 사내 전산실을 비우고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경우 동일 업무시설에서 핵심 영업공간이나 업무공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기업으로선 부가적인 수익성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데이터센터는 국내 4차산업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시설이 되고 서버 등의 전산장비에 필요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대한민국 대표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등의 효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정부는 지난달 25일 데이터산업법 시행에 맞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데이터정책위를 신설하고 자율주행과 금융재정, 재난안전, 생활환경,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등 6개 분야를 포함해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사업에 3년 간 20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연내 전국 85개시 주요 읍·면에 5G커버리지를 확대하고 내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2만9천100대 와이파이를 5G로 전환, 지역사회 곳곳에까지 데이터 기반사회가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지역사회 활성화…데이터센터 유치경쟁 심화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도 데이터센터는 산업 고도화 및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삼을 수 있는 시설아 돼 유치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IT 산업의 실증연구와 서비스를 위한 핵심시설로서 데이터센터가 건립되고 입주 기업들에 대한 지자체의 적절한 세제·행정적 지원이 병행될 경우 우수한 IT 기업들을 지역 내에 유치 또는 탄생시킴으로 관련 산업 클러스터(군집)를 형성하고 지역 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체질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단계에서의 고용인력들과 이용기관들의 센터 내 상주인력 고용창출 효과와 이들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부가가치창출 효과 또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최근 5년 동안 미국 26개 주에 사무실과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데 370억달러(45조3천억원)를 투자했고 이 기간 창출한 일자리는 모두 4만개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 및 민간 기관 136곳 러브콜을 보낸 바가 있다. 최근 광주, 군산, 대구, 부산, 순천, 포항 등 각 지자체마다 국내외 IT 대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어 지역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 고효율·친환경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 이어져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에너지 효율화 및 친환경 데이터센터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는 각지로부터 모여든 이용 기관들의 전산장비가 집적돼 365일 24시간 내내 가동되고 있고, 항시 쾌적한 운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 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과정에서 에어컨과 냉각수 펌프 등 기반설비들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성능과 안정성 등을 저하시기키 않으면서 전력과 냉각수 등 자원의 소모량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들의 경우 친환경성을 제고하기 위한 에너지 절약형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과거 1㎿ 용량의 전산장비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용량이 1.7~2㎿에 달했던 것에 비해 최근의 데이터센터들의 경우 1.5㎿ 이하 수준으로 개선된 상황이며, 이러한 에너지 효율성은 지속적으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새로운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로 오는 2024년까지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95% 감축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네이버, KT, LG유플러스 등도 친환경 외기 냉방 시스템, 고효율 냉수식 냉방 시스템,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친환경 데이터센터로의 전환을 적극 실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연말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에 구축 중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GAK Sejong)’은 빗물과 폐열, 자연풍과 수자원을 활용하는 친환경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카카오도 지난해 12월 안산에 서버 12만대를 보관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과 고효율 냉각 시스템 적용, 용수 재활용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 센터 구축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고효율·친환경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에 힘입어 최근 부산시는 강서구에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친환경(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유해성에 관한 인식 개선돼야
데이터센터 구축의 무수한 유용성과 유치경쟁에도 건립에 따른 유해성 논란은 극복돼야 할 과제이다. 과거부터 데이터센터 내 전산장비 및 설비로부터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한 인식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데이터센터 내부 서버와 스토리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각 가정에서 상시 사용하는 노트북이나 PC와 마찬가지이며, 그마저도 다중의 벽에 막혀 외부로 빠져나갈 길이 없다. 대형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증연구 결과 센터 100미터 반경 내에서 측정되는 전자파는 가정용 전자레인지 전자파의 1% 수준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도 전자파 등의 문제는 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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