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설계단 구성해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의견 수렴 지속가능한 운영 위해 도서관·평생학습센터 등 연계 계획 예약 통해 월 8회 이용… 향후 문화 소외 지역에 추가 설치
지난 3월15일 ‘평택시민의 공간’ 1호가 개관했다. 개관 공연으로 평택 현덕초 5학년 편소영 미래명창이 ‘꽃타령’으로 흥을 돋웠다. 주민들의 작품전시와 재사용 장터가 열리는 등 개관식은 흥겨운 동네 잔치를 연상시켰다.
평택시민의 공간은 844㎡ 규모의 공공 공간이다. 평택시 협치회의는 녹색건축사업과와 2020년 7월부터 이용의 입장에서 시민이 만족하는 공공건축을 추진하고자 ‘공공건축 시민참여를 위한 연구단’을 운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택시민의 공간은 기획단계부터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공간 구성과 운영방식도 이용자인 시민에 중점을 두고자 시범적으로 조성됐다.
■시민이 공간 제공, 시가 리모델링하는 협업
평택시 공공건축물 건립사업 절차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 300억원 이상인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또 2021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설계비추정가격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건축물과 노유자 시설은 공공건축지원센터의 사전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에 따라 시가 공공건축물 사업계획을 수립하려면 타당성 검토, 시민공청회 등을 거쳐 추진되나 복잡한 행정절차와 전문성으로 인해 발주부서와 전문가 위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택시민의 공간은 이용자인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건축 절차, 예산, 주체, 권한에 대해 이용자인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범 추진한 사업이다.
당초 시는 평택시민의 공간을 협치회의가 제안한 ‘혁신커뮤니티공간’으로 조성하고자 공모사업 등을 준비했으나 적당한 부지나 유휴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금융기관인 ‘경기제일신협’이 조합 건물 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 시가 리모델링해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시도하게 됐다.
이 때문에 시는 경기제일신협과 10년간의 무상사용협약을 맺었다. 공간위탁자에 대한 안전성과 공공지원에 대한 공정성·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평택시민의 공간 조성 사례가 향후 공공공간 조성에 있어 신축부지 마련과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예산과 시간을 절감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민관이 함께 자원을 투입해 궁극적으로 시민에 의해 성장하고 지속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와 바람을 담는 시민참여설계
시민의 공간 조성을 위해 시는 기획단계부터 함께 참여할 ‘시민참여설계단’을 공개모집했다. 기획설계단계에 필요한 시민수요를 파악하고 공간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가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시민이 무엇을 바라는가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이므로 시민이 직접 운영에 대한 설계에 참여해야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공간 운영계획과 프로그램 운영도 이용하는 시민들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그 결과 시민참여설계단이 탄생했다. 시는 시민참여설계단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참여 경로를 만들기 위해 사업추진 부서와 함께 지난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故 이일훈 건축가와 류현수 ㈜자담건설 대표, 이현숙 서울시공공건축가 등과 함께 이용자 입장의 공간 디자인과 공공건축 사례 등을 함께 살펴보고 모색했다.
현재는 시민참여설계단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공간 활용 기획을 갖고 가장 적극적인 이용자로 참여하고 있다.
시민참여설계단으로 안은현씨(47·여·평택 안중읍)는 “워크숍을 하고 나니 시민들이 바라는 공간에 대한 가치나 내용은 서로 그리 다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참여설계는 건축에 대한 전문성이나 도면그리기, 행정절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공동체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말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문가와 행정의 진정한 소통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호, 3호 평택시민의 공간 조성 꿈꿔
지난해 10월13일 시민의 공간 운영방안을 마련하고자 진행한 ‘시민의 공간 사용설명서 만들기 시민공론장’에서 시민들은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주민 간 소통’, ‘모임 공간’이라 답했다.
공간 조성으로 지역사회에 기대하는 변화는 정보, 기관, 사람 등 지역사회 내 다양한 자원의 연결이었다.
시는 이를 반영해 시민의 공간을 한 달 전 누구나 예약을 통해 월 8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예약이 없는 경우 상시 개방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 개관 후 이용현황은 총 17건으로 하루 1개 이상의 단체가 이용하고 있다. 회의실 예약이 가장 많고 영화상영, 토론회, 합창연습, 반찬나눔 봉사 모임, 마을방송 등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시는 한정된 자원과 지속가능한 운영을 고려해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평생학습센터, 자원봉사센터, 생활문화센터의 정책과 연계해 공공공간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조성할 평택시민의 공간은 복잡한 행정절차와 큰 예산을 마련하느라 추진이 어려운 곳이나 문화와 정보로부터 소외된 곳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공간 기획자는 따로 없지만 한 해 동안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할 수 있다”며 “이렇듯 다양하고 활발한 일상의 마주침을 통해 시민들은 연결되고 소통할 것이고, 공동체는 튼튼해질 것이며,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자발적 시민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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