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와대 상춘재 매화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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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피면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봄은 저만치 서있다. 인생의 덧없음을 춘몽에 비유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은 전한시대 원제의 궁녀로 절세미인인 왕소군이 흉노에 팔려가서는 ‘이 땅에 풀과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입춘이 지난지 두 달이 됐지만 오미크론이 세상을 덮고 있는 요즘의 세태를 잘 표현한 말이다. 새로운 시대 서울의 봄은 매화의 개화만큼 반가운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봄을 보내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오른편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에 문대통령은 상춘재의 현판을 가리키며 “상춘재의 뜻은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은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봄은 분명 희망의 봄이다. 프라하의 봄, 서울의 봄이란 행복한 시절을 표현할 때 썼다. 매화꽃을 보면 추위 속에서 어떻게 꽃망울을 잉태했는지 참으로 대견하고 신비롭다.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 어찌 꽃을 피울 수 있겠으며 혹독한 긴 겨울을 이겨내지 않고 어찌 봄이 오겠는가. 조선 성종 때 정극인이 지은 ‘상춘곡’에 가사를 붙인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였다. 매화는 꽃 받침 색깔에 따라 청매화, 홍매화로 구분한다. 이뿐 아니라 사연의 이름도 다양하다. 추운 날씨에 피면 동매, 눈이 내리면 설중매, 달에 보는 월매, 고우면 옥매, 향기의 매향·매화를 찾아 나서는 것은 심매 또는 탐매라 했다. 매화시(詩) 가운데 조선의 〈상촌 신흠시〉가 유명하다.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곡조를 가지고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어도 또 새 가지를 낸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둥근 달 그대로다’. 매화는 향기가 가득해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인격에 비유한 선비의 곧은 의지가 엿보인다.

빛을 이기는 어둠이 없듯이 올 봄이 지나고 나면 2019년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희망을 갖자. 거리마다 마스크 물결이 넘쳐도 우리의 과학 문명은 분명 코로나19를 이길 것이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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