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현대화 사업 걸림돌" 안산 농수산물도매시장 ‘불법만연’

28일 오전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1층 채소동 주차장에 각종 농산물이 쌓여있다.(왼쪽) 도매시장 건물 외부에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조립된 불법 가설건축물이 설치돼 있다. 조주현기자
28일 오전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1층 채소동 주차장에 각종 농산물이 쌓여있다.(왼쪽) 도매시장 건물 외부에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조립된 불법 가설건축물이 설치돼 있다. 조주현기자

안산시가 시설현대화 사업 용역에 착수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불법 용도변경 등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점포들의 무단 도로점용으로 최근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안산시와 농협안산공판장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98년 개장한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오래된 시설과 내부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난 21일부터 시비 8천360만원 투입, 시설현대화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6개월 뒤 용역 추진 결과를 검토하고 그에 따라 재건축 및 리모델링 등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내 일부 시설들에 만연한 불법이 현대화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시장 1층 채소동 내 주차장. 주차 구획에는 차량 대신 양파를 비롯한 온갖 농산물이 쌓여 있는 상태였고, 이를 옮기려는 거대한 트레일러가 분주히 움직였다. 상인들의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불법 탓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마련된 이 공간은 주차장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주차장을 나서자 곧바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샌드위치 패널로 조립된 불법 가설건축물이 눈에 띄었다. 시장 건물 외벽으로부터 약 10m의 공간은 당초 녹지 등으로 활용돼야 하나, 가설건축물 아래엔 냉동창고와 사무실이 들어섰다. 시장을 관리하는 농협안산공판장은 불법 건축물의 설치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도매시장 중앙통로 입구에서도 불법은 계속됐다. 통로에 다다르기 전 50m가량의 공간은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높이 5m의 초록색 가설건축물이 차지한 상태였다. 또 문제의 공간 아래에선 일부 상인들이 점포를 확장하면서 차도 앞까지 나와 장사를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건을 구매하러 나온 인파 뒤로 차량들이 마구잡이로 오가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도사렸다. 손녀의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나선 할머니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놀라 넘어질 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실제로 지난달 이곳에선 4.5t짜리 채소 출하차량에 70대 노인이 치여 숨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도로 여건은 좁은 도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마구 뒤섞인 상황이었다. 이 같은 접촉사고로 인한 수사 협조의뢰도 최근 3년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연평균 28.7건으로 집계됐다.

농협안산공판장 관계자는 “교통 혼잡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도 요원을 배치해 상시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불법으로 설치된 가설건축물의 경우 내부적으로 설치 연원 등을 파악해 조치에 나서겠다”고 해명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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