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학물질,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안전

우리는 생활에서 화학물질을 매일 만난다. 손을 씻거나 빨래를 할 때도, 심지어 코로나19 방역 을 할 때도 사용된다. 생활 속 이용하는 모든 곳에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법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함유량과 노출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이유다.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사고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잘 보여줬다.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살균제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금도 가족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의 에어컨부품 제조사업장에서 세척작업을 하던 근로자 16명이 ‘트리클로로메탄’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며칠 뒤에는 김해의 자동차부품 제조사업장에서 세척작업을 하던 근로자 13명이 같은 판정을 받았다. 3월 중순에는 인천의 한 전자부품 도장공장에서 관리대상 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의 찌꺼기를 청소하던 50대 근로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코로나에 확진돼 혼자 일을 처리하다 발생한 사고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화학물질은 산업현장에서 세척제로 많이 사용되는데 보호조치 없이 인체에 다량 노출되면 중추신경·간·폐 등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해화학물질은 위험정보를 제대로 알고, 취급기준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취급 근로자에 대해 배치 전과 배치 후에 정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이상 증상이 확인될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부도 화학물질 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연이어 발생하는 화학물질 급성중독사고와 관련 세척공정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오는 4월까지 사업장 스스로 해당 작업공정에 대한 개선을 유도하고, 5월부터 집중 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도 화학물질을 사용해 세척작업을 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재해예방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소배기장치와 같은 환기설비 등을 설치하거나 개선할 경우 사업장 당 3천만원 한도내에서 소요비용의 70%까지 지원한다.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작업환경측정 비용과 근로자 특수건강진단비용도 지원한다.

화학물질은 유용성만큼이나 위험성도 크다. 수많은 위험이 잠재돼 있는 일터에서 나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길은 ‘내가 일하는 곳에 무슨 위험이 있는지’, ‘사용하는 물질이 어떤 유해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제대로 알아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다.

고광재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