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충전소 어딨니" 원정 떠나는 수소차 운전자

29일 오후 화성동탄수소충전소에서 충전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조주현기자
화성동탄수소충전소에서 충전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정부의 공격적인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인프라 구축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낮 수원영통 수소충전소는 점심시간을 맞아 충전을 하러 나온 수소차 6대가 연달아 대기 중이었다. 1대가 충전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압력이 올라오는 데까지 기다리면 못해도 20분이 소요된다. 이마저도 이곳 충전소의 용량으로는 하루 최대 50대까지만 충전이 가능한 탓에 헛걸음을 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이날 오후 화성동탄 수소충전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충전소 1기를 놓고 연달아 3대가 충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맨 뒤에 줄을 선 운전자 김대영씨(42)는 “오후에 출장을 가야 하는데 제시간에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충전소도 적을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리는 탓에 매번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소차 운전자 사이에선 ‘충전 원정’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경기지역에서 수소충전소를 갖춘 지역은 10개 시군에 불과하고, 동네에 충전소가 있다고 해도 줄이 길거나 충전 용량이 다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임재민씨(29)도 지난 주말 충전을 위해 40분을 걸려 국회의사당까지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수소차 보급 실적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만9천477대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8천532대가 늘어났으며, 전체 수소차 중 2천대 이상은 경기도에 보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같은 시점 기준으로 170기에 불과하다. 지난해 100기를 설치했지만, 여전히 차량 대비 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프라 구축이 수소차 보급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데다 수소충전소의 위험성 탓에 지역마다 ‘님비(NIMBY) 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큰 과제”라면서도 “그에 앞서 수소 기술이 안정적으로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선결하지 못한다면 보급이나 인프라 모두 핑계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맞춰 수소 기술을 비롯한 친환경차 개발·보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수소충전소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 시군 226곳에 최소 1기 이상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이르면 2030년부터는 주요 도시에서 20분 이내에 수소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