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굴오염과 수입규제

한현우 역학조사과장
한현우 보건학 박사

우리나라 남해안 다도해는 아름다운 도서로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린다. 남해안에서 많이 생산되는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할 정도로 영영가가 풍부한 식품이다. 최근 굴 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생식용 생굴과 가열조리용 냉동굴의 형태로 수출, 생굴의 90%는 가열조리용이라고 한다. 일본은 경남 통영에서 생산된 생굴을 수입하는데 2001년 12월28일 한국에서 수입한 생굴에서 세균성 이질균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중단시켰다. 그 해 11월 일본에서 160명의 세균성이질 환자가 발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업체의 굴을 섭취한 환자의 분자생물학적 검사(PFGE, Pulse Field Gel Electrophoresis)결과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세균성이질 환자는 12명이다. 2001년 당시에는 927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경남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는 모두 84명이고 대부분 마산, 양산의 어린이집 환자들이었다. 굴 생산지역인 경남 고성군 및 통영시의 환자 발생은 각각 2명과 1명으로 굴 생산지역의 세균성이질 유행은 발견할 수 없었다. 역학조사결과를 종합하면 통영 앞 바다는 청정해역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이 인정한 깨끗한 바다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일부 굴 가공업체에서 처리과정중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002년 2월28일 해양수산부, 경상북도, 생굴가공업체 등이 대책회의를 했고 대일본 수출용 생굴에 대한 위생안전을 위해 굴 채취 및 가공, 굴 세척수 등에 대한 시설 개보수와 종사자들에 대한 위생점검을 실시했다.

수출재개와 관련, 2002년 9월10~11일 이틀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국립보건원, 주일 한국대사관, 해양수산부국립수산과학원 등 6개 기관 9명의 협상 대표단이 구성됐으며 일본 측은 후생노동성, 검역소 업무관리실, 국립감염증연구소 등 9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일본은 2001년 일본에서 발생한 세균성이질의 유행은 한국산 생굴로 인해 발생됐음을 주장하면서 한국정부의 세균성이질균 오염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실천대책을 요구했으며 수출 재개 여부는 단계별 검토결과에 따라 결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 시찰단이 국립보건원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통영굴수협, 굴양식장, 양성물산,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국립수산과학원 등 현지를 방문해 토의와 확인을 했다. 굴가공시설에 대한 시설을 개선하고 석화 채취에서부터 박신, 생굴가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세척수는 자외선조사 또는 염소 소독된 해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2003년 수출이 재개되기 까지 굴을 생산하는 어민들은 수출중단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국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섭취할 수 있었다.

세균성이질은 감염병예방관리법상 2급 감염병으로 밀접한 환경이나 위생환경이 불량한 시설에서 자주 발생하며 환자 또는 보균자가 배출한 대변을 통해 나온 이질균이 구강으로 침입하여 감염을 일으킨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세균성이질 발생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한국과 일본 양국간 첨예한 부분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고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더구나 협상단 뒤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굴 수출 재개를 원하는 어민들이 있었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굴 양식업계는 물론 관계기관이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한현우 보건학 박사·전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역학조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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