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 원인은 60세 남성 A씨의 방화였다. 그는 새벽에 토치로 자신의 집과 빈집, 창고에 불을 낸 데 이어 산에도 불을 질러 대형산불로 번지게 했다. A씨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후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A씨의 방화로 인한 산불은 89시간 52분 만에 꺼졌다. 피해 규모는 산림 4천㏊와 건물 100여채 등이다. A씨 어머니(86)도 화재 대피 중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일부러 불을 지르는 방화(放火) 사건이 적지 않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방화는 2018년 1천478건, 2019년 1천345건, 2020년 1천210건 등 해마다 1천건 넘게 발생했다. 통계상 방화범은 ‘중장년층·남성·보복’이 많다. ‘2021 범죄분석’을 보면, 2020년 검거된 방화범 10명 중 8명(83.9%)이 남성이었다. 연령별로는 51∼60세(29.7%), 41∼50세(21.8%), 61세 이상(15.9%) 등의 순이다. 범행 동기는 ‘우발적’(44.6%)이 가장 많고 ‘기타’(20.8%), ‘미상’(15.6%), ‘현실불만’(7.0%), ‘가정불화’(5.3%) 등의 순이다. 방화범 대상 연구에선 보복과 범죄은닉, 스트레스 해소 등 구체적 동기가 거론됐다.
지난 2011년 울산 등지에서 연쇄적으로 산불을 낸 이른바 ‘봉대산 불다람쥐’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산불을 내면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하다”고 진술했다. 그는 1994년~2011년 96차례 방화를 저질렀다. 불을 지른 사람이 또 불을 낸다.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방화 전과 9범 이상이 235명이다.
방화는 살인, 강도, 강간 등과 함께 강력범죄로 분류된다. 특히 방화는 특정인뿐 아니라 다른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묻지마 범죄’의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강력범죄 중에서도 악질범죄다. 사회에 대한 불만, 자신의 처지·상황에 대한 불만을 방화로 해소하는 일, 더이상 있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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