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한 종편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후 10년 가까이 장수하고 있는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이다가 어느덧 500회를 앞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박한 도시생활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가장(家長)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온 중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예능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임에도 평균 시청률 4%대 중후반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 힐링과 치유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마음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 대자연을 벗 삼아 심신의 안정과 여유를 찾고 싶은 이유 때문이다. 중년들의 사랑 덕에 이 프로그램은 주 1회 본방송 외에도 20여개의 케이블채널을 통해 하루 50회가 넘게 방영되고 있다.
▶출연자들의 면모도 다양하다. 30~40대 총각에서부터 80대 어르신, 가끔씩 등장하는 여성 자연인까지. 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이유도 다양하다. 도시생활에 적응 못 해 고향으로 돌아온 때도 있지만, 불치 또는 난치의 판정을 받고 자연을 찾은 병자(病者)들도 많다. 또한 사업 실패와 이혼, 은퇴 후 휴식의 삶을 살려는 중장년도 상당수다.
▶중년 남성들의 로망인 자연인 생활에 대해 대체적으로 여성들은 비판적인 시각이 높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가족을 도시에 남겨둔 채 혼자만 여유를 즐기는 무책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부는 자녀 교육과 살림살이, 생계를 배우자 혼자 떠맡아야 하는 데 따른 비난도 있다. 이들을 ‘무책임한 도피자’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년 남성들이 자연인 생활을 동경하는 것은 팍팍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연 속의 나홀로 삶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학창시절엔 입시 지옥, 그리고 치열한 취업 전쟁과 사회에서의 생존경쟁, 그리고 가족 부양의 책임감에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중년들. 그들에게 자연인 생활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실현하고 싶은 이상이다. 힘내라 우리 중년들이여. 그대들이 꿈꾸는 자연인 생활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 곁에 파랑새처럼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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