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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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면 의용군이 등장한다. 국가 명령이나 징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민군(民軍)이다. 우리나라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외침을 받았을 때 의병들이 나섰다. 조선말기의 의병은 항일 독립군의 모태가 됐다.

스페인 내전(1936~1939년)에는 국제의용군이 참여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50여개국에서 3만5천명의 ‘국제여단’ 병사가 나섰다.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앙드레 말로, 파블로 네루다, 시몬 베유 등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수많은 지식인과 젊은이들이 참전했다. 스페인 내전은 이념과 계급과 종교가 뒤엉켜 폭발한 전쟁으로 사회주의·공산주의·아나키즘·파시즘 등 온갖 정치 이념들의 격전장이었다. 작가들의 참전으로 스페인 내전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카탈로니아 찬가> 등 많은 걸작의 배경이 됐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국제의용군들이 우크라이나로 가고 있다.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겠다고 나선 의용군이 2만여명에 달한다는 CNN 보도다. 미국과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군사 지원을 하지 않자 세계의 의용군이 나선 것이다. 미국에선 전역 군인 3천여명이 자원했다. 영국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경력을 쌓은 공수부대 출신 전직 군인 150여명이 우크라이나로 갔고, 일본에서도 70여명이 참전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선 해군특수전단(UDT) 출신 이근 전 대위 등이 출국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정부가 지정한 여행금지 지역이다. 방문 및 체류 허가를 받지않고 그곳에 가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근 전 대위는 “처벌을 받는다고 도와주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면서 “살아서 돌아간다면 그때 책임지고 (법에 따른)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의견과, 위험한 행동으로 국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무력으로 짓밟은 비인도적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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