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 우크라이나

“우리를 막으려는 자 누구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난 2월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엄포가 아니었다. 미국 뉴욕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는 도중에 푸틴 대통령은 마치 외교적 해결을 비웃기나 하듯 2월24일 새벽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내린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예프가 포위되는 등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프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평화를 읍소할 뿐 무기력하다. 러시아를 향해 “너무 늦기전에 전쟁 위기를 멈춰야 한다.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원하는가”라며 호소하고 있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애끓는 호소가 먹혀들리 없다. 믿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말로만 러시아를 규탄하고 경제적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를 들고 나와 한 술 더 뜨고 있다.

러시아 침공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스스로가 지킬 힘이 없는 나라가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백척간두에 선 건 국방력 강화를 소홀히 한 데다가 1994년 12월 미국 러시아 영국과 체결한 핵 폐기 각서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만 믿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이들 국가가 안보와 경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핵보유국이며 밀, 옥수수 생산 세계 4위의 신생 독립 국가로서 주권과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 모든 핵무장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했을 때 이 각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을 뿐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자체의 힘이나 동맹의 뒷받침되지 않은 공허한 외교는 무기력하다.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믿었던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영국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냉혹한 세계의 나라들. 힘 없으면 등을 돌리는 우방국, 믿을 나라는 없는 것이다. 오직 국방력을 튼튼히 하는 것만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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