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머리카락 기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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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하면, 장윤정의 노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이다. 소아암은 아동 질병 사망원인 1위로, 10만명당 16명꼴로 발생한다. 국내 소아암 발병 환자는 연간 1천600여명에 이른다. 소아암 환자들은 통원치료와 재입원을 반복하며 완치까지 몇년씩 걸린다. 물론 완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린 암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과 정서적 불안, 경제적 문제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인기피증 및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항암치료를 하면 대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아는 항균처리된 인모 100% 가발을 착용하는 게 좋지만, 몇백만원이나 돼 구입이 어려운 가족이 많다.

‘어머나 운동’은 일반인들로부터 25cm 이상 머리카락 30가닥 이상을 기부받아 항암치료로 탈모가 심한 소아암 환아에게 특수가발을 제작, 기부하는 것이다. 소아용 가발 하나를 만들려면 1만5천~2만 가닥의 건강한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한 사람당 30개 머리카락을 기부할 경우 500명 이상이 참여해야 가발 하나가 만들어진다.

병원비 부담이 큰 소아암 환자들에게 머리카락 기부를 통해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 금전적 부담 없이 따뜻한 마음과 정성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본보에 소개된 안양동안경찰서 범계지구대 소속 김선경 경사도 14년 동안 머리카락을 기부해왔다. 2009년 TV 다큐멘터리에서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이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내용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 김 경사는 일부러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때로는 파마도 해보고 싶고, 염색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가발을 필요로 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머릿결을 관리했다.

김 경사는 그동안 6번의 기부를 했다. 그의 선행은 동료 경찰과 주변에 알려져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이들이 10명으로 늘었다. 병마와 싸우고있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응원도 하는 따뜻한 마음이 모아진 것이다. 아름다운 기부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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