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2월28일 미국 뉴욕,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만5천여 명의 여성 노동자가 거리로 나와 임금 인상, 노동환경 개선, 여성 투표권 쟁취를 외쳤다. 당시 전 세계는 산업혁명으로 많은 여성이 현장에서 일했으나 남성보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 이들은 “우리에게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고 외쳤다.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여성들의 삶이 나아졌다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반영한 각종 통계지표에는 팬데믹 속 여성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업주부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일과 육아로 24시간 시달렸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코로나19 기간엔 35~39세 여성고용률이 계속 하락했다. 돌봄 부담으로 일터에 다시 복귀하지 못한 결과다. 경기여성연대 등 도내 여성단체들이 3일 <제18회 경기여성대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 31개 시군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15%이며, 경기도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22.9%, 국회의원 여성 비율은 19.7%에 그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이뤄졌다’고 하지만 유리천장은 지금도 여전한 셈이다.
▶오는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구조적 여성 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어느 대통령 후보가 말한 것처럼 ‘요즘 시대에 웬 여성 평등’이냐며 반문하는 이도 있을 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OECD 주요회원국 중 남녀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여성은 남성보다 34.1% 정도 임금을 덜 받는다. 팬데믹 시대엔 가중된 가사노동과 생계의 위협을 떠안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성 정책은 대선 정국에서 후보자들의 득표 손익계산으로 활용되며 젠더 이슈 프레임에 갇히는 데 그쳤다. 그러니 2022년을 사는 지금도, 책에서나 봐야 할 법한 진부한 이 말을 외칠 수밖에.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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