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실종성인법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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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이었다/하늘에서 별들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옆집 남자들이 우루루 떠났다’. 조르주 무스타키(Georges Moustaki)의 <나의 고독(Ma Solitude)> 첫 구절이다. 씁쓸하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곡이다. 대중가요지만 가수 최희준의 ‘하숙생’ 반열이다. 당시 프랑스는 ‘68학생혁명’이 휩쓸고 있었다. 서양의 젊은이들은 저항과 해방의 열망으로 들끓었다. 노조와의 대립 심화로 생산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미국과 일본과 서독 등은 제조업 강세를 보이며 지구촌을 장악해 나갔다.

▶그 때 충격으로 기성세대들이 타격을 입었다. 집을 떠나는 가장들이 숱했다. 해변가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집트 출신 샹송 가수는 이처럼 어수선한 현실을 어쿠스틱 선율에 실었다.

▶정말일까. 그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연기처럼 훌쩍 없어진다는 게 말이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말이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의 주인공들도 아닌데 말이다. 특별한 천재지변이 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제까지 인사를 나눴던 이웃들이 그런다면 어떨까.

▶코로나19 여파로 옆집 속내까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이웃은 소중하다. 언젠가는 회복할 거라는 희망을 붙들고 산다. 어른들의 실종은 60여년을 훌쩍 뛰어 지금도 계속된다.

▶국내 어른 실종신고가 연평균 7만건에 이른다. 지난해 접수된 신고는 6만6천259건이다. 이 중 931명은 찾지 못했다. 같은 해 접수된 18세 미만 실종신고는 2만1천379건이다. 이 중 79명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성인 실종신고가 약 3배, 미발견 사례는 12배가량 많다.

▶정치권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법률 제정에 나섰다.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성인 실종은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법적 근거가 미비, 체계적인 수사와 적시 대응이 어렵다.

▶법이 공포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생활 침해논란과 채권자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래도 실종된 어른들은 꼭 찾아야 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허리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에는 이 문제도 꼭 짚어봐야 한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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