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선거송’이다.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선거송은 후보자와 유권자의 거리감을 좁혀주고 유대감을 더해준다. 후보자 이미지를 각인 시켜주는 홍보 역할도 톡톡히 해, ‘잘 만든 선거송 하나 열 공약 안 부럽다’는 말도 있다.
선거송은 누구나 쉽게 즐기도록 간단하고, 재밌어야 하고, 후보와 잘 어울리도록 각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한 노래, 입에 착착 붙는 가사, 흥겨운 멜로디가 포인트다. 선거송으로 가장 사랑받은 곡은 박상철의 트로트 ‘무조건’이다. ‘짜라짜라짠짜짜/ 무조건 무조건이야/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라는 노랫말은 정치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 선거송으로 1997년 제15대 대선 때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DJ와 춤을’(원곡 DOC와 춤을)을 꼽는다. 김 전 대통령은 고령에 민주투사 이미지가 강했는데 노래 포인트인 관광버스 춤을 추는 파격적 연출로 젊은층과 가까워졌고 호감도를 높였다.
제20대 대선에서도 로고송을 통해 표심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측 로고송은 10곡이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이찬원의 ‘진또배기’ 등 트로트를 포함해 모모랜드의 ‘뿜뿜’ 등 다양한 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곡으로 꾸렸다. 이 후보 측은 ‘아모르파티’를 ‘말해 뭐해 이재명뿐야/ 내 삶을 바꿔줄 사람/ 잘 생각해 단 한 번 선택이야/ 이재명 1번뿐야’로 가사를 바꿨다. ‘진또배기’도 ‘이재명은 진짜배기/ 국민 일꾼/ 국민 머슴’ 등으로 개사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영탁의 ‘찐이야’, 임영웅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15곡으로 응수했다. ‘찐이야’는 중독성 강한 원곡 가사를 거의 그대로 살려 ‘찐찐찐찐 윤석열/ 찐하게 찍어주세요’를 반복한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새 바람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공정과 상식이 있는/ 편안한 나라로/ 기호 2번 윤석열 선택해’로 가사를 바꿨다. 이번 선거에선 어떤 선거송이 유권자 마음을 공략해 당선을 이끌지 궁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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