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구두를 신고 매일 출근한다. 그러다 최근 구두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체중이 갑자기 늘어난 탓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엄지발가락에 가장 통증을 느낄 때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우연히 기분 전환을 위해 페디큐어를 받다가 발가락이 예전보다 휘어진 것을 봤고, 결국 찾아간 병원에서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았다.
■후천성 무지외반증, 통증 전까지 자각 어려워
이처럼 직장인 박모씨와 유사한 발가락 휘어짐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져서 엄지발가락 관절이 안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과 엇갈리는 정도까지 돌아가기도 한다. 특히 앞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 족부 질환이다.
지난 2020년 후천성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만여 명이며, 이 중 81%가 여성이었다. 발은 신체에서 멀고, 거울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부위라서 변형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통증이 오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은 “신체는 상황에 맞춰 변화한다. 과체중·퇴행성관절염이 오면 무릎이 벌어지기도 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거북목이나 목디스크로 변형이 오기도 한다. 뾰족구두를 오래 신는 분들도 발의 변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형 질환, 변화 보이면 서둘러 치료 해야
무지외반증 발생에는 유전적 소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전적으로 평발이거나 발 볼이 넓은 경우, 무지외반증이 발생하기 쉽다. 후천적으로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경우 무지외반증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한다.
특히 점차 악화되어 가는 진행형 질환인 탓에 외관상 휘어 있는 변화가 보이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돌출 부위뿐만 아니라 발바닥, 발가락, 발등, 허리에까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20도 이상 휘어 있는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무지외반증 수술법은 대표적으로 MICA가 있다. 비절개 수술법인 MICA는 2mm 정도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휘어 있는 뼈를 교정하고 일부 절골하면서 진행되는 수술법이다. 기존 수술법은 5㎝ 이상 절개를 해야 해 회복에 시간이 걸리지만, MICA 수술은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적으며 입원 기간도 짧아서 젊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관심이 높다. 나이가 많은 고령 환자,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수술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허동범 병원장은 “무지외반증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진행형 질환의 특성상 내버려두면 변형은 더 심해진다. 수술을 최대한 피하려면 발볼이 넓은 신발을 신어야 변형을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뾰족구두를 피하고 키 높이 깔창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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