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책인지심책기

보통 사람들은 남에 대해선 혹독하게 책망하는 엄격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책인지심책기(責人之心責己),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자기를 꾸짖어야 한다. 그게 복을 짓는, 복을 만드는 일이다. 창조주 등에게 ‘복을 주세요’ 하고 빌 게 아니라 복이 되는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복이 되는 수단 중 하나가 책인지심책기다.

흔히들 하는 말로 자기반성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수단 중 하나로 일기를 쓰게 한다. 하루 생활을 뒤돌아보고 잘한 일에는 더욱더 노력하도록 하며 잘못된 일은 깊이 반성 잘못된 일은 또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짖고 또 꾸짖어야 한다. 그게 복을 짓는 일이다.

이런 말이 있다. 어느 날 여우가 집안 마당에 닭이 있는 것을 보고 그 닭을 잡아먹고자 담장을 뛰어넘다가 발이 걸려 땅바닥으로 넘어져 다리를 많이 다쳤다.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여우는 다리를 다치게 된 것을 두고 담장을 원망했다. 결과적으로 담장을 뛰어넘으려는 여우 자신의 잘못을 담장 때문이었다며 담장에 떠넘겼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남을 원망하고 주위 환경을 탓한다. 더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보다는 남을 책망하는 마음, 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꾸짖어야 한다. 남을 탓하고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 그런 자세는 자신을 막다른 길로 몰 뿐이다. 그와는 달리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분노로 인격을 잃지 않고 재물 따위에 여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심으로 이성이 마비되지 않는다. 자신을 반성할 수 있어야 경중을 따져 취사선택해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자신을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곧 자신을 잘 이해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인지심 책기,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도 중요하지만 엄격해야 한다. 또한 타인에 대해서도 엄격함만 보일 게 아니라 칭찬할 일이 있거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관대함을 보여야 하는 그런 태도가 현명한 자의 자세다.

중국 청나라 때 옹정황제는 남들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관대할 때는 관대하고 엄격할 땐 엄격했다 한다. 그래서 훌륭한 황제 중 하나였다.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 자신의 잘못을,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가 어렸을 때 자기 집에서 돈을 훔치고 여자 하인에게 누명을 씌웠다. 착한 여자 하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억울하게 쫓겨났다. 루소는 거짓말까지 하며 자신을 보호하는 관대함을 보이면서 남에게는 거짓말까지 하며 혹독함을, 책망을 했다. 그 일로 평생 마음의 죄인이 돼 쓴 책이 루소의 참회록이다. 결국 루소는 책인지심 책기, 다시 말해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혹독하게 꾸짖는 자세로 살았다. 현명한 삶, 좋은 세상을 위해선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책인지심 책기의 자세로 살아야 한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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