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4050 중년남의 고독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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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돈이 많든 적든, 많이 배웠든 못배웠든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를 보면, 죽음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떻게 죽었느냐를 보면,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홀로 고독하게 맞는 죽음이 그렇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네번째로 높다. OECD 국가 중엔 1위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도 OECD 국가 중 1위다.

매년 고독사·무연고사가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는 사망 시점에서 홀로 죽는 것이고, 무연고사는 장례 시점에서 시신을 인도받을 이가 없는 것이다. 고독사나 무연고사 모두 노인 인구가 많다. 최근엔 중년 남성의 고독사도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무연고 사망한 40∼50대 중장년층 남성의 수가 2천735명에 이른다.

중장년 남성은 가족해체 과정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고독사 비율이 높다. 10년 이상 고독사 현장, 강력범죄 현장 등의 특수청소를 해온 바이오해저드 대표는 “지난 1년간 청소한 고독사 현장의 90% 정도가 40∼50대 남성 고독사 현장이었다”며 코로나19 이후 그 수가 20% 이상 늘었다고 했다. 중장년 남성의 경우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좌절감 등을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이 겹치면 자살 등 고독사가 발생한다. 안타깝고 씁쓸한 죽음이다.

중년 남성의 고독사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과 대책이 사실상 없다. 일용직으로 겨우 살아가는 이도 많은데, 기본적으로 사회활동이 가능한 연령으로 인식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 대한 취업 지원과 심리·정신적 치료 같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한국의 빈부 양극화는 심각하다. 세계가 주목한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단면일 수 있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했지만, 많은 국민이 ‘불평등 선진국’으로 생각한다. 3월9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온갖 공약을 쏟아낸다. ‘아무말 대잔치’라도 하는 듯하다. 사회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며 중장년·노년층의 고독사와 자살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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